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바위 속에서
나뭇잎의 잎맥인 듯 빗살무늬인 듯
오래된 뼈가 걷고 있었다
참빗을 닮은 한 벌의 뼈
초식이었던 뿔공룡은 일억 일천만 년 동안
바위 속으로 스며든 빗물이나
몇 번의 지각이 이동하는 소리로 연명했다
살점과 내장과 표피를 버리고 온전한 바위가 되어
마지막을 증언하고 싶었을 거다
천적이 없는 단 하나의 계절 속에서 그 오랜 진화의 시간
단단한 근육과 푸른 이끼의 털을 갖고 싶었을 거다
그러다 광물의 구(球)속에서도 부화의 시간은 다가와
화석에게도 통점이 도졌을 거다
갯벌의 어패류들이 조금씩 달을 뜯어 먹는 동안
공룡은 주둥이가 뭉툭해지도록
태초의 서식지를 감각했을 것이다
한 겹 두 겹 더위와 추위를 껴입고 돌가루를 되새김질하며
온몸에 밴 울음을 초원의 저물녘에 방류할 때를 기다리며
바위 속까지 헤엄치고 있는 신경배돌기를 방치했을 것이다
부러진 골반뼈로 백악기의 유전자를 복원하고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낯선 이름을
뒤집어썼을 것이다
아직도 공룡은 진화 중이다
크고 넓은 바위 속에는
부화를 꿈꾸는 공룡들이 은밀하게 살고 있다
*2008년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발견된 뿔공룡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