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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채굴기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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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송 Sep 17. 2024

철새들이 몰려온다

철새들이 몰려온다



            

십 미터가 넘는 굴뚝들이 철(鐵)새를 키운다

온몸이 카드뮴과 포름알데히드

이산화황을 둘러쓴 새      

깃털 같은 봄의 기류를 타고 

먼 서역에서 부옇게 떼를 지어 날아온다

고비사막에서 털갈이를 마친 모래바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라마승의 때 절은 장삼 자락 걸치고 온다   

   

바다를 건너는 동안 단 한 번도 내려앉아 쉬거나 

날개를 접는 일도 없다

오로지 먼 동쪽의 하늘과 육지를 향한다

나그네비둘기가 인간 식량으로 너무 쉽게 멸종됐다지만

굴뚝들은 멸종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슬리퍼와 고무 오리들로 

끊임없이 변형된다   

  

석탄으로 가동되는 굴뚝에서라면 단순한 철새가 아니다 

푸줄리나와 고사리, 파충류 등의 매몰된 

동식물 기척과 아우성까지 마구 뒤섞여 날아오른다 

    

저녁, 마을을 감싸고돌던 낮은 굴뚝의 연기 속에는

아이를 불러들이는 목소리와 개 짖는 소리

길게 늘어지던 소 울음이 섞여 있지만,

굴뚝과(科) 철새들은 밭은기침과 따끔거리는 눈과

바람마저도 분류하지 못하는 성분으로 둥지를 튼다  

   

여름이면 다시 새로운 거처를 찾아

떠나는 철새들, 이때만큼은 굴뚝들도 번식에만 전념한다


언제 날아들었는지 굴뚝새 몇 마리

사람이 버린 집의 적요 속을 드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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