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쥐들이 적막을 키운다
파묻힌 울음소리에서 새의 화석이 발굴되고
삭은 울타리가 푸른 이파리를 내민다
길이 잠기고 눈빛이 잠긴다
침묵이 갉아먹은 접근금지 구역
부러진 안경테가 나뒹굴고
언뜻 희미한 노랫소리
갈라진 등걸에서 낯선 얼굴들이 피어오른다
파내고 잘라내도
범람하는
비릿한 시간들
요란한 바람은 무얼 발설하려는 걸까
소낙비보다 악착스럽고 빛보다 강한
맨손에서
부서지는 뼛가루들
나뭇잎들이 몇 소절의 후렴으로 흐느낀다
발자국 끊긴 기억 밖의 횡단보도에
떨어진 돌멩이는
오래된 미래를 증언할 수 있을까
그 캄캄한 구멍을 들여다보려면
나는 얼마나 더 두꺼운 안경을 써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