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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채굴기 06화

돈바스

by 이주송

돈바스




쥐들이 적막을 키운다


파묻힌 울음소리에서 새의 화석이 발굴되고

삭은 울타리가 푸른 이파리를 내민다


길이 잠기고 눈빛이 잠긴다

침묵이 갉아먹은 접근금지 구역

부러진 안경테가 나뒹굴고

언뜻 희미한 노랫소리

갈라진 등걸에서 낯선 얼굴들이 피어오른다


파내고 잘라내도

범람하는

비릿한 시간들


요란한 바람은 무얼 발설하려는 걸까


소낙비보다 악착스럽고 빛보다 강한

맨손에서

부서지는 뼛가루들


나뭇잎들이 몇 소절의 후렴으로 흐느낀다


발자국 끊긴 기억 밖의 횡단보도에

떨어진 돌멩이는

오래된 미래를 증언할 수 있을까


그 캄캄한 구멍을 들여다보려면

나는 얼마나 더 두꺼운 안경을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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