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
전기톱 소리에 귀가 시려요 하늘은 매콤하고 나뭇가지를 밟으면 죽은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요 쩌기, 와이파이 너머 모자 속 묵은 생각들이 쪽박이네요 꼬리 긴 희붐한 잔설, 겨울이 지나온 우울한 발자국, 발에 차이는 돌멩이, 코트에서 탈출한 테니스공, 자울자울 낮잠에 겨워하는 길냥이, 그렇다 쳐요 수많은 눈들이 찍힌 구조조정 게시판이나 커피숍에서 흘러나오는 잡담이라 해도 상관없어요 그냥 그래요
하루 깊숙이 맺힌 얼굴들이 흐릿하게 얼룩덜룩하네요 시소가 새된 목소리를 태우네요 노란 삼각형 속으로 숨는 아이들이 그림자를 줍는 놀이터인가요 형광 옷 입은 환경미화원의 낭창낭창한 발길이 멈칫, 갈림길에선 왼손이 오른손에게 다정해져요 사라진 팽이를 찾으려면 빙글, 한없이 제자리에서 맴돌아야 할까요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아직도 어딘가 있겠지요 전광판에 온통 붉은색이 뜬다면 주식일까요 비행기일까요 경고일까요
거미줄에 걸린 말들은 여전히 먼 곳에서 오고 잔설 한 줌 움켜쥔 주먹이 공중으로 솟구칩니다 전기톱은 여태 사납게 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