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소금값
한 달 새에 소금값이 금값이 되었다.
소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한 달 전에는 만원 조금 더 주면 30kg들이 소금 한 포대를 살 수 있었으나 요즈음은 삼만 원이 훌쩍 넘는다. 또 올랐다는 말에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한 포대 사려다 두세 포대를 더 사 간다. 아니 출가한 아들딸네 줄 것까지 차에 실을 수 있는 만큼 싣고 가려고 한다. 가을 김장은 물론 내년 봄에 간장 담글 소금까지 미리 마련하려는 듯하다.
우리나라 음식 맛의 비결은 장에 있고, 그 맛의 원천이 소금에 있으니 소금 비축에 열을 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더구나 소금은 오래 둘수록 불순물이 빠져나가 좋아진다니 미리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또 내일이면 소금값이 더 오를지도 모르고, 나중에 생산되는 소금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로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천열염 생산이 많아 소금은 그동안 비교적 싼값에 거래되었다. 그런데 소금값이 자꾸 오르니 이름에 붙어있는 금(金)자에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작은 금-소금-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지다가 신안의 소금박물관 전시자료에서 소금의 어원을 찾아냈다. 소금은 소(牛)와 금(金)같이 귀하고 비싼 데서 유래된 순순한 우리말이라고 한다. 또한 옛날 고대 로마 시대에 군인들에게 급료로 주었을 만큼 소금은 귀했다고 한다. 그리스 시대에도 가치가 금과 같았다고 하니 소금이 그동안 제 이름값도 못하고 푸대접을 받았구나 싶다.
소금값이 금값이 된 것은 일본의 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고 방사능에 오염된 폐수가 유출되는 사고의 여파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방사능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 그 바닷물이 일본은 물론 주변 국가인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해산물과 소금의 안전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땅이야 멀리 떨어져 있다지만 해류는 막을 수도, 방향을 돌릴 수도 없어서 영향이 미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제발 그 영향이 최소한에 그쳐주길 바랄 뿐이다.
대부분의 불행이나 사고는 전혀 뜻밖에 닥치는 것이 아니고 미리 예측하고 있던 일이 닥친다고 한다. 지진이 일어나면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고 방사능이 유출되어 어마어마한 피해가 생길 거라는 것을 학자들이 예견했고, 책에서도 여러 차례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나 알맞은 대체 연료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구하기 쉽고 값도 싸며, 편리한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고 언제 파괴될지도 모르는 땅 위에 문명을 이루고 쌓아왔다.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데, 노후 된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가 하면 고장이 잦은 발전소도 있다니 걱정된다.
핵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면 당사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은 유럽 여러 나라에 영향을 끼쳤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도시는 텅 비어있고, 사람이 살려면 앞으로 100년도 더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손쉽게 선택한 원자력 에너지에 의지하여 누리던 풍요를 줄이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 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개발에 힘을 기우려야 하겠다.
아들놈이 지난해 가을부터 일본에 머물고 있다. 나에게는 소(牛)나 금(金)에도 비견할 수 없이 귀한 자식이다. 학비와 생활비까지 지원받고 공부를 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조건이라 생각했다. 자리만 있다면 일본에서 눌러살아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지진과 방사능 유출 문제가 불거지니 걱정된다. 그렇다고 소금처럼 집안에 쌓아놓을 수 없는 노릇이어서 날마다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걱정 말라는 아들 녀석의 전화를 믿을 수밖에.
빨리 방사능 문제가 해결되어 모두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2012.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