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파리를 잡으며

1. 가시

by 문영

시장에 가서 물 좋은 갈치를 샀다. 은빛 몸체가 금방이라도 물을 가르고 헤엄쳐 갈 것 같은 싱싱한 놈이다. 토막을 내고 소금을 뿌려 양지쪽에서 꾸들꾸들 말린 다음 석쇠에 구워냈다. 고소한 갈치구이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했다. 갈치구이는 식구들의 부지런한 젓가락질로 순식간에 동이 나고 말았다.

잔 가시를 발라내기가 귀찮아서 혀의 감각만 믿고 입속에 집어넣은 것이 잘못이었다. 그만 가시가 목구멍에 걸리고 말았다. 가시를 뱉어내려고 몇 번이나 칵칵거려 보았으나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김에 밤을 싸서 씹지 않고 꿀꺽 삼켜도 보았지만 허사였다. 가시는 목구멍의 어느 한 자리에 박혀서 물 한 모금만 마셔도 그때마다 나를 괴롭힌다. 다행히 못 참을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것은 아니어서 병원에 가는 일까지 벌이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빠지려니 하고 기다리며 음식을 넘기자니 껄쭉거려 괴로웠다.

가시는 나의 일부가 되어 한동안 나와 함께 지냈다. 음식을 삼킬 때마다, 물을 마실 때마다 가시는 아직도 자신이 여기 건재하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통증을 일으켰다. 그런데 어느 시기부터인지 나는 더 이상 아픔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목구멍에 박혀있던 가시가 음식을 삼킬 때 한데 휩쓸려 식도로 넘어가고 만 것 같다. 아니면 내 몸이 가시를 오래 품고 있게 되니 이물질로 인식하는 것을 잊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막내 녀석은 무엇이든지 엄마 때문이란다. 키가 자라다 정지해버린 것도 부모가 작기 때문이며,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도 엄마 탓이란다. 그럴지도 모른다. 심지어 허벅지가 굵은 것도 엄마 탓이라고 한다. 그것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나는 무던히 노력했으나 성적은 늘 그저 그랬다. 키도 남들만큼 크지 못했다. 녀석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시가 되어 내 목구멍에 걸리고 가슴에 맺힌다.

문득 지난 시절 부모의 가슴에 무수히 가시를 박아놓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즈막에 안 일이지만 아버지는 어떤 사상에 연루되어 내가 어릴 때 실직한 후 이렇다 할 직업을 가져본 일이 없다. 자연히 생활은 늘 어머니 몫이었다. 어머니는 늘 피로에 지쳐있었으며, 우리는 언제까지나 철없는 자식들이었다.

나의 불만은 언제나 만만한 엄마를 향해 폭발하였다. 남들 다 가는 수학여행은 고사하고 참고서 한 권 살 수 없는 것은 다 부모의 무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내 얼굴이 예쁘지 않은 것도 엄마를 닮아서 그렇다고 철없는 투정을 부렸다. 그런 것들이 모두 가시가 되어 어머니의 온몸에 박히게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모든 투정을 넓은 가슴을 품어 안아서 당신의 몸을 거쳐 사랑으로 승화해 내셨다. 남들 엄마가 다 한다는 ‘너 같은 딸 낳아서….’하는 말 한번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도 나와 똑같은 아들놈을 낳았으니….

나는 목에 가시 하나만 걸려도 못 견딜 것 같고 막내의 투정 한마디에도 가슴이 아프다. 어머니는 당신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로 투정을 부리는 나의 철없는 행동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생각하니 뒤늦게 목이 멘다.

막내의 투정으로 나의 가슴에 박힌 가시도 부패하지 않고 녀석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자리 잡아간다. 아직은 어머니처럼 가슴 속에 침입해 들어온 가시를 품어서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2001. 문예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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