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파리를 잡으며

3. 앞에 가는 사람 뒤에 오는 사람

by 문영

나는 지금 가고 있다.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도 있고, 내 뒤를 따라오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목적지는 같을까? 가기 싫으면 여기 그대로 머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나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내 앞에 가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나를 뒤쫓아오는 이는 또 누구인가?

학창 시절에는 공부 잘하는 친구가 내 앞에 갔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가려 안간힘을 썼다. 집안 좋은 친구가 내 앞에 갔을 때는 아예 그들을 이겨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사회에 나와서는 시집 잘 간 친구, 출세한 친구들이 무리를 이루어 나를 흘끔거리며 앞서갔다. 그 후에도 자식 자랑으로 입에 거품을 문 사람들이 내 앞에 갔다. 내 뒤에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앞에 가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그들을 쫓아가느라 주위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살아왔다

어릴 적 술래잡기를 할 때면 나는 매번 술래가 되었다. 가위바위보를 하여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술래가 되는데 나는 대부분 끝까지 남아 술래가 되었다. 저만치 도망가는 아이들을 헐떡거리며 쫓아다녔고, 간신히 술래를 면했을 때도 달리기를 못하니 금방 잡혀 다시 술래가 되곤 했다. 술래는 잘 뛰어야 하는데 달리기를 못하니 어찌 도망가는 아이들을 잡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술래잡기 놀이에는 나 같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앞에 가는 사람은 도둑, 뒤에 가는 사람 순경."

지쳐서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술래가 외칠 수 있는 말인데, 그러면 놀이가 흐지부지 끝나게 되어 이 말을 외친 사람을 좋아하지 않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삽시간에 뒤쫓던 술래는 순경이 되고,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가던 아이는 영락없이 도둑이 되고 마는 것이다. 도망가자니 약이 오른 아이는 화를 내고, 게임이 끝나버리는 수밖에. 가끔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다툼질을 할 때도 있다.

'앞에 가는 사람 도둑.'하고 외쳐보고 싶어진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땀을 흘리며 뒤쫓아 가는 내가 경찰이 되어 잘난 사람들을 모두 도둑으로 몰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들은 도둑이 아니다. 오히려 뒤쫓아 가는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지켜보거나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삶은 술래잡기 놀이가 아니다. 그런데 앞에 가던 사람이 도둑이 되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정부가 바뀌면 전 정부의 요직에 있던 사람들이 범죄자 즉 도둑이 되는 것을 봤다. 진짜 도둑질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앞서가는 혜택을 누리며 탈출구를 미리 마련해두었던 모양이다. 대부분 쉽게 빠져나와 누명이고, 죄가 없다고 말한다. 또 도둑으로 몰리기 전 앞서가던 사람은 구멍 속에 들어가 위장막을 치고 숨어서 힘을 기른다. 그리고 뒤쫓아오던 사람의 허점이 보이면 곧바로 다시 나와 역추적한다.

그래서 앞에 가는 사람은 계속 앞서가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불편한 세상이다. (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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