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모래언덕, 홍고린 엘스
고비사막은 '노래하는 모래언덕(Singing Sand Dunes)'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고비사막에서 가장 웅장한 모래언덕 중 하나. 높이 300m, 길이 180Km의 거대한 규모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사막이며, 바람에 의해 나는 독특한 소리로 유명하다. 또한 초원, 암석 지대, 협곡, 오아시스 등이 공존하는 복합적이고 생명력 있는, 독특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낙타 체험, 모래언덕 등반, 모래썰매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정상에 오르면 사막의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진다. 세계3대 별관측지이며 여름엔 40℃ 이상, 겨울은 –40℃ 이하의 극심한 온도차를 경험할 수 있고, 연평균 강수량은 194mm 이하, 일부 지역은 100년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곳도 있다.
바람이 길을 만드는 고비
사막까지 30Km. 마지막 남은 길 위에서 오지 말라는 모래와 바람, 꼭 가야겠다는 사람의 의지가 엉겨 붙는다.
사막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그야말로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혹은 이름 모를 별로 흘러 들어가는 일이다. 특히 오늘같이 바람이 센 날은 운전의 신인 더기 씨도 바짝 긴장 중이다. 핸들을 잡은 그의 손등엔 힘줄이 얹혀 있고, 부릅뜬 작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꿰뚫고 있다. 차를 세우면 바퀴가 모래에 빠질 수 있어 위험하다며 시속 40Km로 쉬지 않고 달린다. 바퀴는 쉼 없이 모래를 깨물고 엔진은 낮게, 꾸역꾸역 바람을 뚫고 나간다. 지나간 바퀴 자국만이 어렴풋이 모래 위에 희미하게 새겨질 뿐, 그야말로 강력한 오프로드 드라이브다.
차창 밖은 모래색 외의 모든 색이 사라진 세상, 빛은 무너지고 그림자는 증발하며 모든 경계가 흐려지던 그 지대. 바람이 달리고, 하늘이 달리고, 우리도 달렸다.
길이 흘러 다닌다. 더기 씨는 몸을 더 바짝 숙이며 운전대에 매달린다.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이 땅을 아는 사람조차 이 땅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눈치챘다.
고비사막의 어디쯤, 단단한 땅에 이르러 더기 씨가 차를 세웠다. 핸드폰은 모래에 빠지면 찾을 수 없다는 주의말과 함께 그는 우리에게 썰매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고비의 피부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 난 휘청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여긴 단순한 사막이 아니고 고비산이다. 저 산 능선에서 토네이도처럼 소용돌이치는 수백 개의 모래 회오리에 휩쓸리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건, 어린아이도 알겠다.
나는 정상 오르기를 포기하고 그냥 젖은 고비의 품에 조용히 안겼다. 바람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곡선, 빛과 모래가 조율해낸 신기루 같은 지형들, 그 모든 찰나를 렌즈에 담고 싶었으나 그 또한 지나친 욕심임을 깨달았다. 오로라처럼 춤을 추는 고비의 모래를 감상할 수 있는 것만도 사치가 아닌가!
우리를 품어준 고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바람이 먼저 노래를 시작하더니 그 안에 시냇물 소리가 스며들고, 이어 바람이 돌을 깎는 소리, 휘파람 소리, 이따금 빗소리까지 화음을 이룬다. 그리고 어느 천년 말을 달리던 환영처럼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시간을 깨우고 주위를 둘러보니, 일행들은 발목까지 빠지는 모래에서 발을 건져내며 모래산을 향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모래 오로라의 크기도 커지며, 고비산의 맞은 편에서는 검은 모래바람이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고함을 질러 제일 뒤에 있는 혜를 불러 세웠다. 앞으로 앞으로 말을 전달해서 차례로 돌려세웠으나, 이미 산의 중턱까지 오른 큰언니는 듣지 못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메아리조차 없는 이 산에서 무엇으로 소리를 전달한단 말인가? 흐미! 그래서 몽골의 노래, ‘흐미’가 탄생한 것이구나. 요행히 언니가 살짝 뒤를 돌아보고는 모두의 하산을 눈치챘다. 모래썰매를 몸 앞에 대고 엎드리면 내려오는 건 순식간이다.
돌아오는 길, 마음 한켠에 바람이 만든 길 하나 흔적으로 남겨둔다. 황홀하고도 위험한 침묵의 언덕, 고비. 모래바람의 언어, 푸르공의 힘, 더기 씨의 멋진 운전과 아름다운 희생, 겁 없는 할매들! 머리카락 속, 양 귀와 입과 코와 신발, 옷주머니마다 고비의 모래가 들어앉아 있었고 걔들은 숙소까지 우리를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