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게르에서 듣는 바람의 노래

셋째 날, 3월 25일(화)

by 김연화


40-2.jpg 고비산등성이의 모래 회오리


17시. 게르에 짐을 풀고 산책을 하는 사이, 수그라 씨(게르의 일꾼)는 무릎 꿇은 채 장작불을 피워 주었다. 종이컵에 물 받아 조금씩 얼굴을 씻고, 젖은 휴지로 문지른 후 기름을 발랐다. 얼굴을 때려대는 몽골 바람 때문에, 불과 20m 떨어진 화장실 갈 일이 걱정스럽다. 원시의 지혜를 빌려야 하나?


저녁은 삼겹살에 아주 좋은 채소(오이, 상치, 매운 고추, 양파, 호박 반쪽), 그리고 야채국이 차려졌다. 몽골 사람들은 돼지를 잘 먹지 않는다는데, 우리를 위해 삼겹살을 준비해준 어기 씨의 정성이 정말 예쁘다. 주인장이 함께 머물며 자정까지 장작(석탄)을 아낌없이 장착해 주니, 밤이 든든하다. 푸르공 더기 씨의 멋진 운전과 눈물겹게 아름다운 헌신, 어기 씨의 음식과 정성이 고마워 ‘전설의 고비’사에 카카오톡으로 조용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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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난로 불침번


22시 30분. 영락없이 완벽한 어둠이 내려앉는다. 발전기를 돌려 만드는 게르의 전기는 20시부터 22시 30분까지만 허락된 은혜다. 바람, 바람, 마치 영동 할미바람이 초원을 건너 우리를 찾아온 듯. 게르의 벽에서는 문풍지 흔들리는 소리가 나고, 그 속에서 언니들의 코 고는 소리가 조화롭게 출렁인다. 길이와 이야기를 하다, 게르가 좀 추워진 듯하여 난로에 나무를 더 넣는다. 자정 넘어서는 우리가 난로를 관리해야 하니 누군가는 불침번을 서야 한다. 2시간 반씩 기도를 해야 하는 혜,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길, 예민한 주 언니가 교대로 불을 지키는 불의 신이 되어주기에 북풍한설 몰아치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시각이 줄어든 짙은 어둠 속에서는 청각이 날을 세우고 일어난다. 영동 할미 바람 소리, 천년 동굴의 울음소리, 수천 길 물속의 신음소리, 깊은 밤 모래사막 위 달님의 외로운 노랫소리, 칭기스 칸 대군의 말발굽 소리, 아름다운 제비의 휘파람 소리, 뇌수를 파먹는 독수리의 영험한 노래에 넋을 놓아 버렸다. 쉬이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순간순간 바람 소리처럼 날이 서고, 그리고 바람 지나가듯이 금방 날이 무디어진다.


바람은 고비의 모래를 한반도까지 옮긴다지, 그렇다면 내 마음도 모래와 함께 우아하게 전해주렴, 고맙다고,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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