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3월 26일(수)
12시 50분. 실크로드의 잔영을 좇듯 사막 바람을 견디며 서 있는 낙타 동상들을 따라가며 공룡 모형이 서 있는 바얀작 마을로 들어선다. 고비의 땅속에서 태어났던, 아득한 생명의 한 조각이 우리를 맞이하는데, 아는 것 없는 우리는 잡스런 의견들로 소란을 피운다.
“번식을 위한 장면일 거야.”
“아니야, 싸우는 장면이야.”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 탓에 기어코 푸르공을 세우고 뛰어내려, 모형을 빙빙 돌며 생각을 굳힌다.
‘거대한 몸집의 공룡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 학자들도 연구 중이라더니... 그래도 이건 다른 종이 얽혀 있으니 싸우는 장면이 맞아.’
사막의 바람을 견디지 못한 듯, 두 줄로 도열해 있는 가게의 문들이 부서진 곳도 있다. 대낮에 만난 바얀작은 반짝이며 불타는 황금빛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바람을 밀어내며 겨울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두터운 옷깃을 여미며 공룡 등뼈 같은 협곡을 따라 걷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붉은 바위들이 내 발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이며, 오래된 호흡을 나누어준다. 눈을 가늘게 뜨고 사방으로 광활한 지평선을 품고 있는 주변을 더듬는다.
여기에서 백악기 공룡들이 뛰어놀았다지. 그 생의 질주는 이미 멈췄고, 수천만 년 전의 발자국은 모래 속에 숨어 버렸다. 우리는 그저 순간을 딛고 있지만, 공룡들은 이 길 위에서 생을 다했고, 낙타는 인간을 싣고 같은 길을 걸었지.
트레킹길은 아주 편하게 손질되어 있어, 나는 거친 호흡 없이 이곳 바얀작에서 오랜 시간의 강을 건너 왔다. 모래 위에 앉아 미세먼지보다 고운 모래를 만지며 촉감의 정수를 누리고 있는데, 문득 모래 속에서 반짝, 섬광이 인다. 똑깍똑깍 소리를 내며 작동 중인 어린이용 손목시계다. 아, 몽골은 이렇게 또 나에게 뭔가를 준다. 아직 쓰임이 남은 물건이기에 건져 올려 어기 씨에게 건넸다. 마침 오늘이 딸의 세 번째 생일날이라며 생일 선물로 전달하겠단다. 너무 좋아하며 자꾸자꾸 꺼내보는 그의 모습에 내 마음도 덩달아 자꾸자꾸 따뚯해진다.
공룡의 등에서 내려올 즈음 한 줄기 바람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바얀작의 흔적을 내게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