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3월 26일(수)
☑ 엉긴사원(Ongi Monastery, Ongiin Khiid)
몽골어로 ‘오응기인 히드’라 불리는 이 불교 사원은 1660년경 최초로 건립된 불교 사원이다. 엉기강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에 걸쳐 있으며, 한때는 4개의 종교 대학과 1,000명 이상의 승려가 거주하던 큰 사찰이었다. 그러나 1930년대 공산정권의 탄압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1990년대에 복원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소규모의 게르 박물관과 1개의 사당, 일부 복원된 스투파가 있어, 몽골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엉기강이 굽이치는 주변 언덕과 절터, 스투파 유적을 걸으며 하이킹이 가능하다.
엉기히드 유적을 걷다
사원까지 100Km가 남았다. 길은 험난한 롤러코스트이며, 다시 검은 모래바람이 푸르공의 시야를 가린다. 저 바람이 허리를 꺾으며 지나가서 우리나라의 하늘까지 오염시키겠지. 더기 씨는 또 날씨와의 전투를 시작한다. 할매들도 지쳐가며 말이 없어진다.
푸르공이 높은 일주문 앞에 섰다. 지나오던 길에서 보았던 나무가 너어무 궁금하여 나는 한순간에 뒤로 내달았다.
아, 나는 저 나무를 보러 몽골에 왔나? ‘사막의 생존자’ 삭사울 나무들에게 몽골의 정일품과 정이품 관직을 수여하고, 매화타령으로 축하 인사를 올렸다. 사막에서 살아내기 위해, 뿌리는 지하수를 찾아 깊은 땅속을 헤매고 잎은 비늘 모양으로 바꾼 식사울. 거친 수피가 가슴을 헤집어 자리를 뜰 수가 없다. 이렇게 갈라 터져 있으니 얼마나 불이 잘 붙겠냐마는 일부 지역에서는 이 나무를 신성시하고 불을 피우지 않는 나무로 여긴다. 그래야지. 고도의 지능을 가지고 기형적으로 몸을 비틀어가면서도 척박한 삶을 이겨내는 삶의 자세에 경배를 올려야지!
엉긴 사원에서 불러대는 ‘김~연~화~’가 식사울 나무에까지 전해져온다. 그 부름에 따라 언덕을 오르니 사막과 절벽과 하늘이 만나 부서지는 그곳에, 기단과 폐허만 남은 바림(Barlim)과 후탁트(Khutagt)라는 두 사원의 터가 있었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너무나 작고 조용한 엉기히드, 그리고 옆에 서 있는 하얀 스투파. "이곳에 1,000명의 승려가 살았답니다. 1939년, 공산정권의 탄압으로 다 파괴됐어요. 200명 넘는 승려들이 이곳에서 죽임을 당했죠.“
이곳에서 기도하는 법은 간단하다. 걸으며 기억하는 것, 돌며 애도하는 것, 가만히 서서 시간의 무게를 느껴보는 것! 법문을 외우는 목소리와 염주를 돌리는 손가락을 떠올리며, 흙과 같이 있는 기왓장과 벽돌을 밟지 않으려 애썼다. 게르 박물관은 문을 닫아 들여다볼 수가 없었으나, 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언덕 위에서, 떨어지는 태양을 일별하며 애잔함으로 목이 메인다.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터키의 히에라폴리스에서 느낀 강력함은 이곳엔 없다. 그저 고요가 주는 슬픈 평화만...
18시 게르 도착. 강가의 아름다운 능선 위에 산양 세 마리가 미동도 없이 서 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돼지 3형제 중 막내가 지은 듯한, 돌로 만든 튼튼한 실내 화장실에 자물쇠와 휴지도 있다. 이것만 해도 되었다. 그런데 주인장의 게르에서는 와이파이까지 된다. 그런데 또 새옹지마라고, 와이파이를 타고 우리나라의 화마 소식이 들어온다. 하회마을과 만휴정까지 위험하다는... 마음이 무거워 저녁 돌솥비빔밥도 대충 긁어먹었다.
주인아주머니 빰빠츠렌은 55세. 무릎이 아프다 해서 살을 빼라고 했더니 무릎이 아파 오히려 살이 더 쪘단다. 양무릎을 잠시 안마해주면서 게르 2채를 붙여 만든 안방에 죽치고 앉았다. 수태차도 마시고 테이블 위 과자도 주워 먹으며 마음껏 인터넷 환경을 누린다. ID는 Duut, 비번은 2023이다. 이 얼마나 편한가! 21시 50분경 따뜻한 물로 세수까지 하고, 우리 게르로 건너왔다. 그의 남편 감바츠렌은 흑기사다. 내 옷에 묻은 검불도 조심스레 털어주고, 화장실까지 데려다주며, 또 아무 말 없이 큰 손전등으로 게르로 건너가는 길을 밝혀주고, 태양열로 데운 사각형 패널을 게르 앞에 두고는 조용히 돌아선다.
언니들은 나의 뻔뻔한 친화력에 혀를 끌끌 찬다.
23시. 게르 지붕에 내려앉은 별들이 그만 자라길래, 난로 속 장작 타는 소리에 안심하며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