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헝 폭포(Orkhon Waterfall)

다섯째 날, 3월 27일(목)

by 김연화
☑ 어르헝 폭포(Orkhon Waterfall)
몽골의 유명한 폭포 중 하나로, 높이 약 16~24m에 이르며, 약 2만 년 전 화산 활동과 지진으로 형성된 숨은 명소다. 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어르헝 계곡에 위치하고 있어, 몽골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크기나 수량 면에서는 거대하지 않지만, 주변의 황량한 초원과 대비되어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내며, 폭포 주변에는 계곡과 작은 호수가 있어 피크닉과 트레킹 코스로 좋다.


어기 더기 파이팅!

남이와 혜가 밤 늦게까지, 새벽에도 장작과 말똥을 계속 공수해 주어 추운줄 모르고 곤히 잤다. 왼쪽 발목이 좀 시큰거렸는데, 꿈에서 한선과 함께 침을 맞으러 갔다. 출발 전 있었던 복잡한 현실이 꿈에서 재연되어, 여러가지 일이 펼쳐진다. 아마 뇌가 스스로 청소를 하고 있나 보다.


7시에 아침을 먹고 8시에 출발했다. 국도를 달리고 있는데, 개들이 자꾸 푸르공을 따라 달린다. 몽골 사람들은 개가 주인을 지켜주고, 기르는 가축들을 위해 늑대도 쫓아주므로 개를 가족같이 생각하며 아끼고, 그래서 개를 먹는 습관은 없단다.


오늘은 거의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흙만 보이고, 간혹 풀더미, 푸른 하늘 아래 어쩌다 집이 보이고, 자주 말과 말똥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땅은 봄을 밀어내고 있는데, 그 위에 서 있는 나는 겨울만 노려보고 있다. 무엇이 소중한가?


11시. 무릎을 펴기 위해 차에서 내려 말똥 반, 눈 반인 땅을 좀 밟다가, 영하 6도의 푸르공 뒤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한다.

12시. 지평선이 없어진 몽환적인 풍경이다. 얼음길 위에서 푸르공에 문제가 생겼다. 앞 조수석을 뜯어내고 차를 고치는 더기 씨 옆에서 할매들은 아무 생각 없이 웃음소리 높이며 놀고 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에 홀려 자꾸 눈을 밟는데, 우리가 무슨 짓을 하건 눈밭의 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또 하늘에 대고 ”오겡끼데스까?“를 외쳐 새긴다. 구름이 극상의 아름다움을 품어내고 우리의 감성은 완벽한 눈산 앞에 무릎을 꿇었다.


푸르공의 위대한 힘은 끝이 없고, 더기 씨의 기술은 최고다. 눈 쌓인 언덕을 오르는 전략도 다양하다. 지그재그 기법, 왔다갔다 기법, 우왕좌왕 기법, 사선 작전, 좌충우돌 작전, 바퀴에 나뭇가지 끼우기 전략으로 앞차가 내어준 고마운 길을 따라간다. 길 없어도 걱정 없다, 차가 위험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차 안에서는 박수와 환호성, “어기 더기 파이팅!”으로 시끄럽고 푸르공 안은 기쁨의 기운으로 충만하다. 참으로 겁 없는 무서운 한국의 할매들이다.



이번에는 산을 타고 넘기가 힘들어 강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아뿔싸, 강 위에 눈이 덮혀 있어 더 위험해졌다. 쌓인 눈 때문에 눈 아래 얼음 상황을 알지 못해 도강을 포기하고, 할 수 없이 먼 길을 돌아 다시 산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결국 30cm 깊이의 눈밭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절대 더기 씨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 묘기가 펼쳐진다. 뒤로 앞으로, 조금 더 뒤로, 다시 앞으로, 조금 더 뒤로 앞으로, 그리고 쑥 뒤로 갔다가 속도 붙여 쓔웅 앞으로! 눈밭에서 빠져나와 언덕 위로 올라선다. 뒤로 앞으로 움직이며 눈 터널을 만들고, 그 파인 곳을 길 삼아 탈출에 성공! 더기 씨는 의기양앙하고, 우리는 그 기세에 비명 같은 감탄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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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는 낙타, 어제는 말, 오늘은 양의 길이다. 이제 말을 타고 막대나 긴 가죽끈으로 양을 몰던 시대는 지나갔다. 오토바이, 소형차, 소형 트럭이 양떼를 몰고 가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통신이 원활한 곳에서는 GPS 추적장치를 달기도 한단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언니들은 이제 여한이 없다 한다. 여태 없던 눈이 어젯밤 사이에 천지를 덮었다. 몽골은 우리에게 온갖 묘기를 다 보여주고 있다. 고비산의 눈보라와 모래폭풍, 욜링암의 곡예 같은 길들, 14Km 협곡을 흐르는 겨울 강물과 비명 같은 바위산들. 바얀작의 햇볕과 시계와 공룡터, 검은 모래바람이 타고 오르는 하늘, 그리고 오늘의 완벽한 설원. 끝없는 화석암의 향연, 지평선이 없는 눈밭과 푸른 하늘과 백색 설산, 얼음 위의 운전 묘기, 우리의 웃음과 부산 사투리와 막말 향연!


엘사의 얼음 왕국같은 눈길을 하루종일 달린다. 푸르공은 기름통이 두 개일 뿐 아니라, 오늘 같은 길은 주유소도 찾기 어려우므로 아예 지붕에 기름통을 싣고 다닌다.


13세기 몽골 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룸(Karakorum), 도시의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주문한다. 센스쟁이 어기 씨는 고기를 잘 먹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옆 슈퍼에서 김밥과 감자튀김, 귤까지 사서 식탁에 같이 놓는다. 나도 따라가 보온통 하나를 구입했다. 티벳에 갔을 때부터 갖고 싶었던, 보온력 좋은 보온통이 바로 거기 있었다. 우리 돈으로 12,600원. 슈퍼 한 면은 전부 한국산 라면으로 채워져 있다. 하기야 칠레 거리 밀차에도 신라면 20개쯤 담아 팔고 있었지.



따뜻한 단어

정말 감사합니다: 바얄랄라아 (Bayarlalaa)
미안합니다: 우출라라이 (Uuchlaarai)
안녕하세요?: 사인 바이너 우? (Sain baina uu?)
멋있어요: 고요 바이너 (Goy baina)
천천히: 아아즈마아르 (Aajmaar)
안녕히 주무세요: 사이칸 암라라이 (Saikhan amraa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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