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 날, 3월 29일(토)
☑ 어기 호수(Ugii Lake)
아르항가이 주 우기이 누르 마을(Ugii Nuur Village)에 위치한 담수호로, 약 170종의 조류와 20여 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람사르 협약에 의해 보호되는 이곳에서는, 조류 관찰, 낚시, 하이킹 등의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어기 호수에서 아르항가이 주의 중심 도시 체체를렉(Tsetserleg) 또는 하르호린(Kharkhorin)을 경유하여 북쪽으로 이동하면 볼간 주의 중심 도시 볼간(Bulgan)을 지나 에르데네트까지 갈 수 있다.
별이 쏟아지는 어기로 가요!
17시 어기 호수 도착. 우와~~~ 호수 위로 푸르공이 지나다니고 사람들은 빙어낚시 중이다. 얼음 축제의 뒤끝인지 얼음 조각도 몇 개 보인다. 언니들은 호수로 걸어 들어가 인생사진 남기느라 분주하고, 난 낚시에 눈을 뺏겼다. 몽골은 이 찬란한 장면들을 도대체 언제까지 펼쳐 놓을 작정인가!
우리가 철없이 놀고 있는 동안 어기 씨는 지인 찬스를 사용해 숙소를 업그레이드해 놓고, 더기 씨는 우리의 무거운 짐들을 숙소 안에까지 다 운반해 놓았다. 이들은 또 어디까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셈인가?
의기양양하게 게르가 아닌 리조트로 들어섰다. 더블침대2, 싱글침대3. 또 침대 선점 가위바위보가 진행되는데, 나는 이 의식이 영 불편해 작은 소리로 항변해보지만 얄짤 없다. 이긴 김에 호수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창가 침대를 선택하긴 했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을 순 없다, 샤워 중 물의 온도가 점점 떨어지더니 결국 주 언니는 찬물을 뒤집어썼다. 난 찬물 세수만으로 하루를 마감했지만, 어떠랴, 보름 동안 세수도 안 할 작정으로 떠난 길 아니던가! 그 외 주어지는 건 모두 사치지.
어기 씨는 게르 6호에서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 놓고 카톡 전화로 우리를 호출한다. 느긋하게 저녁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나오니, 이를 어쩌나, 온 세상에 불이 났다!
어기 호수의 내밀한 유혹, 홀리듯 호숫가로 내려가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호수가 나를 불러낸 이유를 알았다, “호수 사이로 길이 나 있으니 거기서 조용히 만나자.”는 거였구나. 낮에는 하늘이 호수로 쏟아지고, 밤에는 호수가 하늘을 담았다. 하루종일 반짝이던 호수의 물결은 해가 지자 차분히 가라앉았고 빙어 낚시꾼은 서서히 실루엣으로 변해가고 있다.
얼음 구멍 속에 자그만 낚시줄을 드리운 그의 손은 간절히 ‘한 마리’만 기다리고 있었고, 순간, 호수는 답을 주었다. 손전등에 비친 투명한 빙어 한 마리가 차가운 별처럼 반짝인다. ‘아, 나만 별에서 온 게 아니고 저 여리고 작은 빙어도 별의 먼지로부터 먼 여행을 왔구나, 그리고 하늘은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모여 저리도 반짝이는구나.’ 고요 속에서 더 가까이, 더 강하게 터지는 생명의 힘을 느끼며,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공간에 앉아 지극히 편안한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 바람이 말의 숨결처럼 따뜻하다.
23시. ‘살아있는 사람은 다 보아야 한다.’며 할매들을 독려, 기어코 별 산책에 나선다. 호수 사이의 길에서는 리조트의 불빛도 가려져 완벽한 어둠을 맞이할 수 있고, 그렇게 빛 공해가 낮을수록 별은 더 빛난다. 별을 맞이하려면 깔 자리, 삼각대, 따뜻한 차, 별자리 앱 등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았다. 왜냐고? 날씨요정할매들은 감은 눈으로 보면 10배나 더 잘 보인다며 경계 없는 시선으로 티 없이 행복했으니...
자정. 별 보러 나오는 젊은이들에게 별 터를 알려주니 어두운 길을 달려 나간다. 천천히 가도 되는데... 천천히 움직여야 넘어지지 않고 더 잘 보일 터인데...
새벽 2시가 넘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완벽한 여행자료 정리는 안 된다. 그래, 이게 뭐라고! 그만 자자!
태초엔 강도 하늘도 하나였다.
신음도 웃음도 다름없었고 0도 1도 똑같았다.
죽음도 삶도 구분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