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째 날, 4월 2일(수)
오르혼 아이막에 속하며, 볼간과 인접해 있는 몽골 제2의 도시. 에르데네트는 원래 러시아과 몽골이 공동 개발한 광산 도시이며 세계적인 구리 생산지로 유명하다. 볼간에서 에르데네트까지는 도로로 약 60km, 차로 1~1.5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광산 관련 박물관, 러시아풍 상점, 넓은 중앙 광장, 그리고 깨끗한 도시 거리 등, 소련 시대 흔적이 남아 있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으며, 몽골의 산업과 현대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에르데네트는 과거와 현재, 몽골과 러시아의 오랜 동행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는 청결하고 정돈된 도시이다.
못내 아쉬워 인생 사진!
여긴 해가 정면으로 방문하는 강렬하고 따뜻한 땅이다. 몽골에서는 신청하면 땅을 받을 수 있다니, 바스카의 조상은 참 좋은 땅을 선점한 셈이다. 못내 아쉬워서 쉬이 숙소를 떠나지 못한다. 해님과도 인사해야 하고, 맛난 아침도 먹어야 하고, 어제 타지 못했던 미끄럼틀도 타야 하고, 가족사진도 찍어야 하고... 대단히 바쁜 아침이다. 다음에 전기장판 하나 들고 와서 이곳에서 한달살이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 본다. 8시 출발!
홉스골을 떠나기 전, 미루어 두었던 ‘푸르공과 함께 하는 인생 샷’을 찍기로 했다. 난리, 난리, 이런 난리가 없다. 푸르공 밑에서 3가지 모델 포즈 지도를 받으며 연습하고, “응, 끙” 소리와 함께 지붕 위에 올라가서는 부들부들 떨며 3가지 포즈를 취한다. 심지어는 어기도 반팔로 푸르공 위에 서고, 더기도 자신의 차 위에 올라가서 포즈를 취해야 했다. 계속 푸르공을 탐내던 남이는 결국 운전석에 앉아 기념사진을 남기고, 할매들은 또 우르르 따라한다. 6.25 난리는 난리도 아니라는 말, 그대로.
9시. 샤먼과 순록이 살고 있는 높은 산을 지나간다. 실선 그어진 아스팔트길도 보고, 볼링핀 2개로 표시해 놓은 순박한 건널목도 구경거리다. 울창한 산림, 말과 야크도 계속 나타난다.
10시 14분. 달려도 달려도 말떼다. 가가 가다. 망원경으로 말을 관리하고 있는 이들의 풍경도 이색적이다.
10시 50분. 홉스골의 중심 도시 무릉 도착. 교통체증.
11시 20분. 무릉 끝자락의 CU에 도착. 큰언니가 우유 맛이 진한 탄다르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다. 깔끔하고 맛나다. 같은 건물에 헬스장과 깨끗한 카페가 있는데, 갖추고 있는 모양새가 한국의 자본인 듯하다. 마루바닥과 거울을 갖추고 있는 룸에는 요정 같은 소녀들이 차차차를 추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더 깍쟁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자꾸 춤을 춘다. 재는 것 없이 순수한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13시. 화장실 앞으로 가는 1인, 뒤로 가는 5인, 아주 멀리 가는 1인, 취향이 확실하다. 길가 쓰레기통도 발로 대충 정리해 준다.
13시 10분. 살아있는 컵라면과 3종 커피, 빵과 과자로 문을 연 푸르공 레스토랑. 아침부터 태양이 푸르공을 따라다니니 자리의 선호가 극명해진다. 앞 오른쪽의 내 자리에 걸려있던 가방은 엔진 열에 익어버릴 지경이다. 최악이다. 에어컨 없는 푸르공에서 여름엔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