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째 날, 4월 4일(금)
나란톨 시장의 이상한 계산법
한순간에 사람이 붐비고 매연 가득한 공간에 내던져진 할매들은 약간 당황한 듯했다. 원하는 신발도, 캐시미어도 찾지 못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가이드팁이 있는 고급 쇼핑센터 대신 전통시장을 고집했던 우리를 데리고 온 어기조차 살짝 당황스럽긴 매한가지.
하지만 나 혼자 신났다. 위장에 좋다는 약초, 잎담배, 말똥으로 만든 향초를 샀고, 나무와 가죽으로 만든 샤먼 인형을 사기 위해 흥정에 돌입했다. 한 개 4만 투그릭이라 하기에, 두 개 5만 투그릭을 불렀는데 거절당했다. 어기까지 가세해서 가격을 깎아달라고 했으나 거절. 옆 가게로 가자 좀 더 크기가 큰 샤먼이 한 개 8만 투그릭. 처음 가게로 가서 구매하기로 결정, 작은 샤먼 두 개 중 한 개를 큰 것으로 바꾸자 하니 OK, 그러면 다 바꾸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OK. 결과적으로 큰 샤먼인형 두 개를 8만 투그릭(35,000원 가량)에 샀다. 참 이상한 계산법이다. 아저씨가 정신차리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떴다. 할매들은 이상한 것을 사는 나에게 말안장과 채찍을 안 산 게 다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인형을 공항 면세점에서 사려고 하니 1개의 가격이 우리 돈으로 16만원이었다.
공식적인 마지막 식사
시장 안의 맛집에서 맛난 점심을 마지막 식사로 선택했다. 그리고 울란바토르의 교통체증에 갇혀 여독과 함께 모두 지쳐간다. 남양주 사거리에서 한 블록 지나는데 한 시간이 걸린다.
16시.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아뿔싸, 3층 숙소는 침대 옆에 서면 벽과 얼굴이 만나고, 나머지 한 방은 4층이다. 여태 더기의 도움으로 옮기던 짐을 엘리베이트도 없는 4층까지 어떻게 옮긴단 말인가. 어기가 나서서 도와줄 사람이 없냐고 물으니, 자기 짐은 자기가 옮겨야 된다는 냉정한 대답. 어기가 다시 한번 부탁했더니 ‘왜 당신이 자꾸 나서서 간섭하냐?’고 묻는 모양이다.
어기의 일갈
푸르공의 신음
우리도 익숙한 투어사의 게스트하우스가 좋았었다. 불친절한 게하의 문을 시원하게 쾅! 닫고 돌아섰다. 투어사에서는 팀장이 두 팔 벌리며 우리를 맞아주었다. 더기는 끝까지 우리의 동선을 줄여 주려고 애쓰다 아뿔싸, 주차되어 있는 외제차의 뒷부분에 부딪히고 말았다. 우리 모두 얼음! 더기는 프리랜스이고 지입차라는데 보험은 잘 들었으려나? 생전 처음 보는 더기의 당황한 얼굴! 두어 시간 후 잘 해결되었다며, 더기는 힘든 여정을 끝내고 귀가했다. 외제차의 차주도 아는 사람이었고, 2025년 1월부터 사고 차량에 부과되던 보험요율도 없어졌다니... 그래도 마지막까지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름다운 인연
투어사 사장님이 들르셨다. 의외로 아름다운 중년의 여자분이다. 다섯 번이나 업그레이드시켜준 숙소, 정말 최고의 가이드와 기사, 좋은 음식, 랜딩과 3일간의 게스트하우스 무료 제공, 새 침낭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대접과 호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사장님은 우리가 행복해서 자신이 더 고맙다고 하며, 내일 있을 전통 예술공연 관람비까지 대신 내주겠다고 제안한다. 할매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온다, 공연 티켓이 무려 15달러씩인데...
어기는 ‘우리 회사는 전 직원에게 일 년에 한 번씩 중국 여행도 보내준다’며 회사의 고마움에 대해 자랑이 끝없다. 이렇게 서로 베풀고 나누어주는 회사를 눈으로 보다니, 가슴이 훈훈해진다. 어기와 더기의 끝없는 따뜻함도 이해가 가고, 그리고 경제원리에 앞서는, 때 묻지 않는 몽골 사람들의 심성이 부럽기조차 하다.
우리도 받기만 하면 안 되지, 국영백화점에 간 김에 화분 3개를 사서 투어사에 선물했다. 투어사에서는 우리가 나올 때 다시 몽골의 초콜릿, 가죽 지갑, 기념 볼펜을 챙겨주었다.
어기는 사랑하는 남편과 그지없이 행복한 얼굴로 귀가하면서 내일 공연 시간에 맞추어 픽업을 오겠다고 거듭 말한다, 오늘로 투어 일정은 끝났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