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를지 국립공원

열세째 날, 4월 4일(금)

by 김연화
1.png



테를지를 떠나보내다


4시 44분에 잠이 깨다. 아, 그러고 보니 4월 4일 4시 44분이구나. 삭 돌아보니 참으로 아름답고 감탄 가득했던 12일간이었다. 걸음마다, 시간마다 행복과 감동과 아름다움이 함께한 세상이었다.

테를지의 아침, 영하 14도. 몽골 최애 당근 주스 한 잔. 와인처럼 담긴 1Kg짜리 당근 주스를 13,500투그릭에 샀지만 CU에선 12,000투그릭에 판다. 와인 따르듯 꼭지를 잡고 3일째 마시고 있다. 걸쭉하니 맛도 좋고 양도 많고 역할도 깊다. 창으로 햇살이 가득하고 창밖으로는 앙상한 겨울나무, 꼭 한국의 휴양림에서 자고 일어난 듯하다.

10시 출발. 이제 테를지를 떠난다. 할매들은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 야무지게 잘 챙긴다. 남이의 유심칩은 차강소브라가의 바람이 앗아가 버렸고, 호텔 열쇠는 누군가의 가방 안에서 찾았다.

지나갈 때 본 듯한 올레 표식을 찾느라 눈이 커진 채 두리번두리번. 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 올레길을 완주한 후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일본 규슈올레를 걷고, 이제 몽골의 올레까지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아, 찾았다. 언젠가는 저 노란 간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걸어갈 날 있겠지. 산등성이의 말이 떠나는 나를 물끄러미 배웅하고 있다.

몽골 올레의 노란 간세 / 세월이 쌓은 기도의 탑
143.png


다리 아래, 숨 쉬는 구조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다리 아래로는 숲처럼 촘촘한 지지대가 엉켜 있다. 나무가 나무를 받치고, 다시 그것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전체 구조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한겨울 양들이 서로 등을 기대어 혹독한 계절을 견디는 풍경 같았다.

차를 세우고 나무에 시선을 매단다. 누가, 언제, 어떤 마음으로 저 나무들을 저리도 정성스레 다듬고 얽었을까. 쇠도 돌도 아닌, 숨결이 살아 있는 재료로 만든 다리. 이것은 자연과 손잡은 인류의 기술 혹은 굳건한 기도의 형상이었다. 정교한 지지대를 보며 잠시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 소리와 침묵 사이를 건넜다. 할매들이 소리쳐 부르는 소리에 정신차리고, 떠나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을 눈치챘다. 푸르공은 옆에 새로 놓여진 콘크리트 다리 위를 쌔앵 지나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아리야발 사원, 신의 가피를 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