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맥박을 두드린 밤
(몽골전통예술공연)

열네째 날, 4월 5일(토)

by 김연화




영혼의 맥박을 두드린 밤

몽골의 전통문화예술 공연을 처음 보고 깜짝 놀랐고, 또 보러 가고, 그리고 또 보러 갔다. 당연히 이번 여행에서도 관람을 권했다. 공연은 춤, 성악, 기악, 샤머니즘적 의례의 네 가지 흐름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흐미’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한 사람이 내는 두 개의 소리! 두 줄기의 소리가 하나의 목구멍에서 동시에 흘러나왔다. 하나는 대지처럼 낮고, 다른 하나는 하늘처럼 높은 공명음이었다.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이 이중음은 들을수록 마음의 깊은 골짜기를 울렸다. 하나의 몸, 그러나 두 존재. 하나의 소리, 그러나 두 세계. 휘파람새의 울음 같고, 바람이 스치는 소리였으며, 계곡물 흐르는 소리이자 늑대를 부르는 외침 같았다.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깊이를 더해가는 그 소리는, 마치 시간의 밑바닥에서부터 울려오는 듯했다.

흐미는 주로 대자연에 대한 묘사, 초원과 동물, 인간의 삶에 대한 노래를 담고 있어 음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했지. 바람이 내 귀에 속삭였다, 몽골의 고비 어딘가, 거대한 스텝 위에 나를 옮겨다 놓았다.

샤먼의 춤. 발은 땅 위에 있었지만, 영혼은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감긴 눈, 하늘을 향한 손끝, 리듬을 타며 공중으로 떠오르는 몸. 접신이었고, 기원이었고, 잃어버린 조상의 혼령을 부르는 몸짓이었다. 순간 무대가 극장이 아닌 제단처럼 느껴졌다. 숨을 죽인 채 바라보았다. 방울이 울릴 때마다 내 안의 먼 기억들이 흔들렸다. 북소리, 방울소리, 몸의 진동이 어우러져 마치 내가 의례의 중심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을 경험했다. 그들은 정식 샤먼이 아니고 무용수들일 텐데, 정말 접신을 한 것이 아닐 텐데, 저렇게나 높이 뛰어 무릎으로 착지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순간 동작이다. 예술과 종교, 신화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모린호르(마두금)는 알았지만, 츄르(피리 종류) 소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귀에 담았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불며, 동시에 목을 울려 흐미처럼 공명을 만들어내는 고유의 연주법. 피리와 흐미의 기술이 결합된 연주법이라 한다. 물소리, 바람소리, 짐승의 발자국, 그리고 신화의 서사까지 불러낸다. 단조롭고 원시적이지만, 그 영적 깊이는 말문을 닫게 했다.

아, 내뱉는 숨이 1분 30초 가량이나 이어질 듯 끊어지고, 끊어질 듯 이어진다. 실제 3분은 된 것 같이 느껴지고, 숨죽이던 관객들의 박수가 서너 번은 터져 나왔다. 언어가 닿지 않는 슬픔,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를 위한 부름 같았다.

그리고 다시 울리는 모린호르. 말의 울음소리, 바람의 흐름, 푸른 들판의 떨림을 닮은 그 소리. 두 줄기 현이 전하는 경쾌함과 청명함이, 쓸쓸하고도 생생하게 초원을 불러낸다.

비틀기춤은 역량이 좀 떨어지는 출연자의 등장으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 몸짓 속에서도 예술가의 유연성, 인내심, 세심한 집중은 느껴졌다.

몽골 라마교의 악무춤 종류인, ‘참’ 춤은 우리의 처용무를 떠올리게 한다. 사나운 신들을 달래고 백성들의 번민을 해소하기 위한 춤. 해학적인 노승과의 대조가 더해져, 관객을 자연스레 극으로 끌어들였다.

크로마하프춤, 말을 타고 바람을 타는 청년들의 뜨거운 기상을 서부 몽골춤의 기본동작으로 표현한 비엘지댄스 등을 호기롭게 관람한다. 왕과 왕비의 즉위식을 보여주면서, 해외에서 방문한 관객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맞이하는 ‘칭기스 칸의 찬가’도 고맙게 본다. 결혼식이나 축제 시작 시 헌정하는 몽골 전통 장조민가, 잘 알아들을 수 없지만 이 속에는 자연계의 변화 현상, 사물과 사물의 관계, 사람 내면의 소중한 생각 등이 담겨있다 한다.

흘러간 목소리와 흔들리는 북소리, 피리의 긴 숨결 속에서 오랜 시간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 얼굴은 슬프고도 위엄 있었으며, 말보다 더 깊이 나를 흔들었다. 아, 이 공연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듣는 것이었다.

중간이나 마지막 즈음, ‘아리랑’이 흘러나오면 한국인 관객들은 현실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중간 즈음이 아니라, 공연 속에 푹 담겨있다가 마지막에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

이번에는 공연 팸플릿이 있어 내심 기대했으나, 정보 내용이 다소 빈약했다, 하기야 예술과 문화는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뿌리내려야 비로소 그 힘이 흘러들어오는 법, 이는 동서고금의 공통된 이치이지.

이번 공연은 몽골의 정신문화, 자연관,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단숨에 던져주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우리 할매들은 예술의 흥취를 주체하지 못해, 공연장 앞에서 방방 뛰며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영혼의 맥박을 두드리며 몽골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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