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째 날, 4월 6일(일)
“델은 옷이라기보다 하나의 태도였다.
바람을 이기는 법, 땅 위에서 살아가는 법,
그리고 자신을 꿋꿋이 묶는 법이 그 안에 깃들어 있었다.”
델을 하나 걸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휴먼북 강의 후 작가(독자) 강선님의 말씀
<휴먼북> 사람책,
아무리 봐도 이 말이 참 좋다.
그래 사람이 책이지. 어떤 사람의 삶도 모두 책이 될 수 있으니까.
오늘은 부산시휴먼북도서관을 통해 초청한 강사에게 몽골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몽골에서 가져온 말똥으로 만든 향을 피워놓고 우리는 2시간 동안 신비감에 젖어 들었다.
별명이 ‘백발마녀’인 사람책은 많은 나라를 여행해 왔다. 그녀는 별명에 걸맞게 막무가내일 때가 많았다. 보통 상식을 자주 벗어났다. 예를 들면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고 ‘앞으로 걸을 수 없겠구나’라는 절박한 마음에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섰단다. 70여일을 걷고 나니 무릎이 깨끗이 나았단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그녀의 여행에서 최우선 순위는 ‘최저예산으로 여행하기’이다.
그러니, 날씨가 매우 춥거나 더워서 패키지 관광객들이 잘 여행하지 않는 시기에 한다. 그래야 최저예산으로도 꽤 괜찮은 여행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예산을 아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숙박비와 식비를 아끼는 것이란다. 도미토리에서 자면서 세계 각지에서 온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현지인들이 먹는 값싼 식사를 하면서 그네들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동안의 세계 각지를 여행한 백발 마녀에게는 영어를 비롯한 어떤 언어도 필요없는 듯이 보였다. 진심으로 말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녀는 쾌적한 잠자리나 미식 대신 여행지에서의 온갖 공연과 예술 작품 구입에는 지갑을 연다. 그녀 자신도 한국 전통무용 전공자이기도 하니 그런 부분은 이해가 간다. 여행 후에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고 여행의 미세한 흔적조차 버리지 않고 포토폴리오를 만들어서 이제 전시관이 따로 필요할 정도이다.
사람책을 읽고 마지막에 얻은 결론은 우리 모두 몽골의 고비 사막에 가기로 결심을 굳혔다. 너무 추워서 관광객이 없는 내년 3월에 말이다. 우리는 비상식적인 백발마녀의 무언의 몸짓에 설득당해서 단전으로부터 평소에는 없던 용기를 끌어올렸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말고기 샤브를 먹고 착한 몽골 사람들을 만나고 은하수를 보며 게르에서 잠자고 호수의 물결이 그대로 물 위에서 화석처럼 얼어버린 풍경을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겨울의 끝자락이니 진짜 양털이 들어있는 가죽 신발을 할인가에 살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레자 가죽이 더 비싼 나라이니 진짜 가죽인지는 의심하지 않아도 된단다.
2시간여의 사람 책을 읽고 나오면서 우리가 머물렀던 공간, 창작과비평 부산을 뒤돌아봤다.
- 하략 -
https://www.instagram.com/p/DKKfkK1zuGh/?igsh=Y3ZsOHN1cjF5ZGl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