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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 Nov 28. 2022

청변풍경(廳邊風景)_01. 시작


나는 지방직 공무원이 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나의 첫 발령지는 구청 민원과 여권 팀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에 여권 팀이라니. 자연히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남편마저 너는 ‘꿀보직’을 받았구나, 라며 웃었다.     


그러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있는 법. 여권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여권을 만들기 위해서 방문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었다. 게다가 요즘은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여권 신청 접수 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물론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짧으면 3분 길어봤자 3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내가 만나는 사람들. 그야말로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이었다. 그 찰나에도 나는 많은 것을 보았다. 어떤 이에게서는 존경스러운 모습을, 어떤 이에게서는 닮지 않고 싶은 태도를.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인상적인 사람을 만난 날이면 꼭 글로써 그를 반추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주었다. 졸필이었음이 틀림없었으나 고맙게도 모두 재밌게 읽어주었다. 칭찬은 나를 춤추게 했다. 그 춤으로 나는 드디어 브런치, 이곳까지 이르렀다.




심리테스트로 그림을 그릴 때, 내가 빼놓지 않는 것이 있다. 지평선이다. 사람을 그리든, 나무를 그리든, 나는 항상 기다랗게 가로선을 그어가며 땅을 그렸다. 내 그림을 본 선생님은 나보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지 않으냐고 물어보셨다.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안정을 추구하고야 마는 인간. 관습적인 사람. 그게 나다.


남편은 우주 관련 영상을 즐겨본다. 그가 흥미로운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

  “그거 알아? 인간의 몸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우주의 모습과 비슷하대. 은하계 구조랑 인간의 뇌구조도 닮았다더라.”

  ”아, 그래서 인간을 소우주(小宇宙)라고 하는 건가? “               

처음에 웃어넘겼으나 곰곰이 '소우주'란 단어에 대해 되새김질해보니 신기하기만 했다. 현미경도 없던 시절의 옛사람들은 인간과 우주의 구성 원리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을까.

인간이 우주의 축소판이라는 이 멋진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을까.

우리 모두가 각각의 우주를 품고 있다는 가슴 벅찬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을까.




남편의 말을 떠올리며 그간 내가 지니고 있었던 괴리감을 줄여보려고 한다.

이참에 글로써 방랑의 꿈을 이뤄보는 것으로.

사람을 여행해보자. 앞으로 '소우주 방랑자'가 되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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