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by nomad

아침부터 문자 한 통이 왔다. 주문하지도 않은 택배가 온다는 알림이었다. 상품명은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뭘까 이건?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고 어느덧 퇴근길. 어느덧 길어진 해와 눈싸움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문 앞에 당도했지만, 집 앞에는 포장 비닐이나 상자 쪼가리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가.'로부터 시작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낙원?

왜 낙원에서 만나자고 하지? 낙원이 대체 뭘까?...

엉뚱한 생각의 종착역은 정말 엉뚱하게도 '성인용품'이었다.(나도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누가 낙원으로 가려나 보다. 그렇지, 낙원 좋지.

그런데 수령자의 휴대 번호를 잘못 눌렀나 본데.

아휴, 단속 똑바로 하지. 애먼 사람이 문자를 받았네.

김이 잔뜩 빠진 채로 현관문을 끌어당겼다.




다음 날, 사무실 내 자리 위에 택배 하나가 고이 올려져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어제 그 낙원의 종착지는 다 아닌 회사였고, 발신인은 친구 K였다.

"책 선물 해준 거야?"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정말 느리게 가더라."

검색왕이라고 자부하던 내가 그저 불경한 생각에 빠지다니. 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친구에게 간밤에 스쳐 갔던 어이없는 상상을 친구에게 고해성사했다.

"낙원에서 만나자길래 나도 몰래 야릇한 생각을 해봤지, 뭐야."

K는 박장대소를 했다. 나에게도 일상의 행복을 줘보고 싶었다며, 나의 그런 생각도 나름 선물이 된 것 같다며 그녀는 웃었다.


짤막한 이야기를 적을 만한 지면을 만들게 됐다.

또 다른 일상의 행복을 기록해 보기로-


2025. 6. 17.


덧, 책에서 K의 마음이 묻어 나와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진다.

K.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