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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 Dec 13. 2022

나 톺아보기_01. 자기소개

누군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말하겠다.

“자기소개” 

그 와중에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은,

“Let me introduce my self.”뿐.

"내가 나를 소개하게 해 주세요!"라니.

진정 주입식 영어의 폐해다.


브런치에 도전하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도 바로 자기소개 때문이었다. 맙소사, 300자씩이나 써야 한다니! 굳이 글자 수를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친구의 조언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브런치를 새해 목표로 넘겨버리고 말았으리라.




나에게는 한 가지 강박이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지면 위의 여백을 참지 못했다. 그 성미는 문제지든 일기장이든 가리지 않았다. 문장이 말이 되든 되지 않든 상관없었다. 그래서였는지, 문맥은 일탈하여 삼천포로 내달리기가 일쑤였다. 이도 저도 안될 때에는 그리지도 못하는 그림으로 여백을 없애버리고야 말았다. 나는 종이 위의 폭주기관차였다. 나의 종착역은 항상 마지막 줄이었다.


무엇이든 계속하면 늘게 돼있다. 나는 어느새  '글쓰기 가랑비'에 옷이 젖어버렸다. 학창 시절에는 반대표로 글쓰기 대회에 나갔다. 회사에서는 독서 감상문으로 포상을 받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브런치에서 글을 올린다. (올리려고 한다.) 나는 지금도 거의 매일 일기를 쓴다.


그런 내가 자기소개 앞에서는 젬병이 되기 일쑤였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번번이 나는 무릎을 꿇었다.




한자로 자기소개(自己紹介)를 찾아보니, '소(紹)'에는 '잇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써보고 나니, 이쯤에서 나는 다시 자기소개를 생각해본다.


어쩌면 나는 나의 이야기들을 굴비 엮듯이 이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작은 칸에 나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이참에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풀어볼 생각이다.

다시 쓰는 자기소개, 나는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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