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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노 Apr 09. 2024

악어와 악어새

自然 (모성)

미움받을 용기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지만,

차가운 시선들이 그에게 닿았을 때

겁에 질렸던 건 그들이 아닌 오직 그뿐이었을지도 모른다

한없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무시무시한 날카로운 이빨을 그들에게 내비쳤을 때

그는 처음부터 약자 따위는 아니었을 것이며,

누군가의 도움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기에

사뿐히 날아온 그 작은 그것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던 심정은 아무도 알지 못할 터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썩어가던 흉흉한 이빨 사이를

구석구석 닦아주며 돌봐준 너를

장난이라는 이유로 입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그 커다란 입을 꾹 닫고 이리저리 흔들어보았다

세상이 요동치는 듯한 큰 충격으로 인해

그것은 올바른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썩어가고 곪아가는 그의 매서운 이빨을,

차가운 표면을,

아픈 상처를

그 누구보다 작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진다

아픔을 잊어갈 때쯤,

그들을 따가운 시선이 점점 사라져 갈 때쯤

그 작은 그것 또한 점점 사라지고 잊혀갔다

그가 아직도 그들에게 강자이자 겁을 주는 이유는

떠나간 그 작은 것을 보기 위함일까

사나웠던 이빨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입을 다물 때마다 피부를 꿰뚫는 고통을 견딜 수 없었는지

그는 하염없이 울부짖으며 그 커다란 입과 이빨을 드러낸다

떠나간 그것을,

작고 따스한 그것을

슬피 울며 기다리는 나일악어

떠나간 악어새

악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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