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 때 말이야,
일 시작한 사람 손에서 끝내야 해
너의 일 때문에 모두가 시간을 빼앗긴다면, 일이 늦어지겠지?"
첫 직장, 처음 발령받은 지점의 팀장님이 나에게 한 말이다.
실수가 없도록 몇 번씩 확인하고 업무를 진행했지만,
매일 아침 9시부터 고객들은 쏟아져서 들어오고 업무가 많아지다 보니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객 플라자는,
업무를 끝내고 매일 시재 마감처리를 해야 했는데 원 단위까지 맞지 않으면 큰일이었다.
무조건 맞을 때까지 하루에 업무 했던 모든 내역을 다 확인하고
고객과 돈을 주고받은걸 CCTV까지 돌려보며 찾아야 했던 것이다.
한 사람이 맞지 않으면 모두가 퇴근을 할 수 없기에
하늘 같은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 마감을 진행하곤 했다.
업무 초반에 실수가 발생하자 회의실로 불려 가서 한소리를 들었는데,
저 말이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나의 마음에 남아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눈에 보인다.
내가 여기까지만 해서 일을 넘기면, 저 사람이 조금 더 손을 대야 하는구나.
가끔 시간도 없고 귀찮을 때면
'아 그냥 여기까지만 하고 서류를 넘겨버릴까' 싶다가도
'내가 조금 더 하면 저 사람이 훨씬 업무가 빠를 텐데' 생각에 더 작업을 하곤 했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혼자 모든 걸 처리하려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선배가 되면, 후배들에게 일도 넘기고 같이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물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후배들과 함께 의견을 주고받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회의를 하며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건 같이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해야 하는 업무에 속해있는 귀찮은 사소한 일들을
선배라는 이유로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후배들에게 떠넘기는 게 과연 같이 일하는 걸까.
팀 내에서 중간 관리자가 되어, 후배가 꽤 많아진 지금도
내가 시작한 업무, 해야 할 일은 내 손에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업무의 우선순위로 봤을 때,
더 중요한 업무의 시간이 급하고 그에 비해 중요도가 낮은 업무를 후배에게 전달하여
대신해줄 수는 있으나 무조건 후배를 시키라 라는 말은 난 동의할 수 없다.
회사란 곳은 다양한 나이의 남이 모여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던가.
선배든 후배든 서로를 위해 조금씩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집중해서 일하고 있다.
나의 일은 내 손으로 마무리 짓기 위하여.
팀장님.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