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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양 Jul 22. 2021

100점 만점에 100점! 부탁드립니다!

매일 창구에서 고객의 업무가 완료되면, 제공용 영수증을 고이 접어서 봉투에 넣고 전달하였다.


'100점 만점에 100점!'

이 스티커도 잊지 않고 꾹 붙여서 말이다.


학교를 졸업하면 시험도 성적표도 모두 다 끝이다!라고 즐거웠던 순간은 아주 잠시.

회사에 취업하고 나니 시험보다 더 갑갑하고 어려운 평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업무평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고,

일하는 기간 내내 제일 높은 스트레스를 주었던 요소. 나의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 조사.


매월, 

서비스 점수가 발표 나는 날이면 입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오! 메일 왔어요! 점수 나왔어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제발!

모두의 얼굴에 약간의 긴장감이 보이고, 말없이 마우스 움직이는 소리만 사무실을 채운다.


메일을 열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센터의 모든 직원 이름과 점수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건 누가 높은 점수고 낮은 점수인지 모두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이다. 


'이번 달은 100점! 나이스!' 

점수를 확인하고 안도감과 기쁨에 입가에 미소가 살짝 올라오지만, 

옆자리에 있는 선배의 낮은 점수를 확인하고 나는 얼굴에서 미소를 감추었다. 


서비스 점수가 너무나 중요했던 나의 첫 번째 직장은,

95점도 98점도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무조건 100점이어야 했다. 


만족도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회의하며, 매일 최선을 다했다. 


"89번 고객님, 5번 창구에서 모시겠습니다!" 

자리에 일어서서 번호를 호출하고, 오는 고객을 향해 90도로 인사해야 했으며 


"날씨 더운데 여기까지 오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시원한 매실차 한잔 드릴까요?"

아침마다 2리터짜리 보온보냉병에 얼음을 가득 넣고 매실차를 타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고 


"건강에 좋은 음식 10가지에 대한 안내문인데요! 영수증과 같이 넣어드릴 테니 한번 읽어보세요"

요청한 업무 외에 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며, 나라는 사람을 기억할 수 있도록 애썼다. 


이 외에도 고객이 말하기 전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는 팀장님의 말을 지키기 위하여

손에 무언가 묻은 고객에게는 먼저 휴지를 건넸고, 과하지 않은 적당한 스몰토크를 이어나가며 

내 앞에 앉은 이 사람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종종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지만 

나를 통해 업무처리 한 고객이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라고 한마디 건네주면 힘이 나곤 했다. 


언제나 문제는 이런 점을 악이용 하는 나쁜 고객들에게 있다. 


입에 올릴 수 없는 심한 말을 해도, 우리들은 화를 낼 수 없었고 

안 되는 업무를 해달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에게도,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거절하기 위해 모두가 쩔쩔맸다. 


이런 무분별한 서비스 속에서 고객들은 점점 왕이 되어만 갔다.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객의 갑질은, 이러한 기업의 행동이 만들어낸 게 아닐까. 


서비스업에서 떠난 지금도 나는 그때의 기억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어딘가에서 고객이 되어 서비스를 받을 때, 

필요로 하는 사항은 요청하되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무분별한 요청은 하지 않으며 

나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사람이 나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고객으로서 100점 만점에 100점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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