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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jin Yoon May 06. 2024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해야 할 일’을 더 하고 살아야 하는 현실 속 잘 살기 위한 마인드

'해야 하는 일'은 계속 늘어난다

매일 아침 일어나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전까지 만큼 괴로운 순간은 없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일주일 중에 특히 일요일 오후가 제일 힘들다고 한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다음 주에 해야 할 일에 대한 막연한 걱정, 불안, 두려움, 부담감 등으로 인해 가장 불편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매 순간이 너무 즐겁고 하는 일이 신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현대인들은 할 일이 많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매 순간이 바쁘고 해야 할 일이 태산 같다. 학생 일 때는 학교, 학원 가서 공부도 해야 하고 취업 준비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어른이 되면 직장에서 열심히 일도 해야 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 계발도 해야 하고 가족도 챙겨야 한다.


나이가 먹으면서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만큼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늘어나고 부담감도 커진다. 내 행동하나하나의 대한 영향력도 커진다.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신나는 일도 많은데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이 익숙해질수록 신선함도 떨어지면서 재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늘어가고 누가 대신해 줄 사람이 없어지면서 대부분의 일을 본인이 이겨내야 한다.


어린 시절 학생 때는 실수해도, 숙제를 하지 않아도, 실패해도 그 이후에 여파가 크진 않았다. 어리니깐 이해해 줬고 기회가 또 주워졌다. 그리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체력과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주변에서 예전만큼 관대하지 않는다. 신입사원 때는 월급은 낮았지만 경험이 없으니깐 많은 것들을 이해해 줬다. 근데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연봉은 오르지만 그만큼 기대치가 올라가고 그만큼 성과를 내야 한다. 기회도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한 번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만큼 부담감과 압박감이 커진다.


가족 등 챙겨야 할 대상이 많이 지고 책임감은 커지면 조직, 회사 내에서 업무를 하면서도 실수와 실패에 대해서 두려움이 더 커진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실수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압박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저녁이 한주에서 가장 우울한 순간으로 변해가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했다면 점점 ‘해야 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한다. 내가 진정 좋아하고 원하는 일보다는 ‘(경제적) 보상이 큰 일’, ‘나의 경력에 도움 되는 일’, ‘타인에게 인정받는 일’ 등을 위주로 하게 된다. 문제는 ‘해야 하는 일’은 그다지 재미가 (상대적으로) 없다는 점이다. 

 

 

해야 할 일은 왜 항상 재미가 없을까? 

사람의 심리가 참으로 이상한 게 해야 할 일은 항상 회피하고 싶고 시작하기 어렵다. 학생 때는 하루 종일 공부할 시간이 있어도 책을 펴 공부하기 싫다. 극소수의 공부를 좋아하는 비범한 부류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공부하기 싫어한다. 직장인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일이 재미없고 하기 싫다고 답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하게 누워서 스마트폰 보거나, 게임하거나, 여행 가고, 친구 만나 놀고 싶어 한다. 많은 어른들은 학창 시절을 그리워한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공부했을 때가 참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일부는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야간 대학원 등을 다니면서 학업을 통해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예전에 공부만 할 수 있었을 때는 하기 싫어하던 공부를 없는 시간을 쪼개어하는 것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스포츠, 춤, 악기 연주 등을 취미로 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과 음악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들에게 이러한 취미 활동은 ‘하고 싶은 일’인 셈이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생각하면서 매일 이것만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들이 '하고 싶은 일'을 주업으로 하는 분들의 인터뷰를 보면 본인들의 자식들에게는 자신들의 직업을 권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일(돈을 잘 벌거나, 인기가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각자 자신이 하는 일, 즉 본인들의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재미를 찾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해야 하는 일이 힘들고 하기 싫은 이유는 그 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만약 그 일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라면 오히려 즐겁고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이 나의 주 ‘업’이자 커리어, 생계로 이어지는 순간부터는 책임감, 부담, 주변의 기대 등으로 이어지면서 ‘재미’ 보다는 ‘잘 해내야 하는 일’이 된다. 재미로 하던 일이나 봉사로 하던 일도 그 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예전같이 해선 안 된다. 돈을 받는 만큼 성과,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막연히 부담 없이 즐길 수 없는 순간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할 일’이 되는 것이다. 


‘해야 할 일’만 강조하는 사회

우리는 어려서부터 ‘해야 할 일’을 강요받는 환경에서 자라왔다. 부모님, 선생님들은 자녀, 제자들에게 지금 ‘해야 할 일’을 해야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그래야 돈도 잘 벌고 결혼도 하고..)

지금 아끼고 모아야 나중에 잘 산다.

지금 운동하고 관리해야 나중에 건강하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야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등등…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행복하게 산다’라고 말을 많이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주업으로 하면서 여유 있게 잘 먹고 잘 살기란 쉽지 않다. ‘덕업일치’ 만큼 이상적인 것도 없지만 현실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대다수의 일반인은 이상과 현실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현실’을 선택하고 집중한다. 이를 부정하거나 비난할 수도 없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티브이, 소셜 등에 자신이 해왔던 절제, 자제, 노력을 설명한다. 지금 화려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게 된 데에는 과거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며 흘렸던 땀, 눈물, 고통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성공할 수 없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함, 안락함을 추구하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느낀다. 이러한 인간의 본능과 거슬러 반대로 ‘해야 하는 일’을 꾸준하게 했다는 것은 물론 대단한 노력이자 고통을 수반한다. 이러한 현재의 고통을 겪어야 미래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설파하며 현재의 '해야 할 일'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한다.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은 더 큰 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마음속에 무언가 찝찝하고 불안한 감정이 생긴다. 모든 사람은 다른 성향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무엇인지 모르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정신적으로 예민, 불안, 강박 관념 증세가 원인일 수도 있다. 어릴 적에는 항상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 긍정적 신념이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세상을 알아가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서 시간의 가치와 중요를 느끼면서 매 순간을 가치 있게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어났다.

이런 측면에서 아마존 CEO였던 제프 베조스의 인터뷰 내용은 이를 명료하게 정리했다. 베조스는 스트레스와 무기력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서 온다고 했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가만히 있을 때 의식하지 못했지만 뭔지 모를 스트레스가 있다거나 불안감이 본인을 괴롭힌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인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어떠한 문제(‘해야 할 일’)로 스트레스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행동이라고 취하는 자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시험을 앞두고 많은 학생들은 그 순간을 회피하기 위해 딴 ‘짓’을 하지만 되돌이켜 보면 공부를 하지 않는 그 자체가 가장 나를 괴롭힌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만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먹고 후회하고 운동하지 않으면서 고통스러워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필요한 물건이 있거나 돈을 벌고 싶으면서도 돈을 벌 방법을 찾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괴로워한다. 

 

‘그냥 했어요’라는 마인드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몇몇 사람들 그리고 언론 매체를 통해 접한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공통적인 마인드를 발견했는데 나는 그것을 ‘그냥 했어요’ 마인드로 부른다. 개인적으로 아는 '일 잘한다'라고 인정받고 젊은 나이에 유명한 회사에 임원이 되신 분인데 있는데 직장생활 동안 이 분의 마인드가 딱 이랬다. 주어진 일에 대해서 ‘그냥’ 한다. 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그냥 했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회사에서 사람들과 일을 해보면 제한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다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시간 동안 일을 하지만 생산성, 진도(Progress), 그리고 결과물의 퀄리티는 다 다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말도 많고 일에 대한 의미도 찾고 어떤 면에서는 불만 가지고 그러면서 시작도 하지 않고 진도도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분은 ‘그냥(시작부터 끝까지)했다’라는 마인드로 일을 했다.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예상치 못한 상황과 난관에 부딪힌다. 이런 경우 '그냥 계속하면'되는데 인간이다 보니 이런 상황이 닥치면 멈춰버리거나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냥 했어요' 마인드는 실행력, 추진력으로 이어진다. 다음에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그냥 하다 보면 길이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이미 훨씬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들어가기 어렵고 경쟁이 치열한 연봉 많이 주는 회사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난이도 높고 ‘어렵다’. 고용주는 반복해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직원에게 돈을 많이 주지 않는다. 돈 많이 주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매번 새롭고 골치 아프고 참조할 것 없는 새로운 과제를 계속하려면 계속 찾아보고 물어보고 공부해야 한다. 당연히 어렵고 괴로운 과정이다. 그런데 고민만 하고 서치만 하고 있으면 진도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 오래 붙들고 있으면 진도도 안 나가고 성과/결과물 없으니 압박감과 부담감은 더 커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럴 때는 ‘그냥 하는 게’ 필요하다. 미국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가 주어질 때 자주 쓰는 ‘Take a stab’이라는 표현이 있다. ‘Stab’은 ‘찌르다’라는 의미인데 ‘Take a stab’은 ‘그냥 한번 찔러봐’라는 표현이다. ‘그냥 한번 해봐. 해보고 그때 생각해 보던지 서로 도와줄 부분을 찾던지 생각해 보자’라고 많이 얘기한다. 

일이 어렵고, 골치 아프고, 복잡할수록 그냥 (시작)하면 스트레스도 사라진다. 시작하지 않고 손에 들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더욱 커진다. 그냥 하다 보면 방법도 찾을 수 있고 (아니면 더 하면 안 된다는 결론과 이유도 찾을 수도 있고) 성과, 결과물도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일을 하다 막히면 그냥 괴로워하고 답답해하기만 한다 (그리고 다른 데서 이유를 찾고 불평한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함께 잘해보려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을 당연히 더 하고 살아야 하는 현실 속에 대부분 산다. 하지만 실제 삶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혼재되어 있다. 학생에게 공부 전체가 유쾌하고 즐겁진 않지만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재미있는 과목이 있을 것이다. 직장인도 매일 출근해서 퇴근까지 일이 항상 즐겁진 않지만 그중에서도 보람되고 즐거움이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해야 할 일’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마음 가짐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내가 하기 싫고 힘들어하는 ‘해야 할 일’이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다. 지금 나에게 재미있고 즐거운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이 되면 어느 정도 괴롭고 힘든 부분이 생길 것이다. 즉 다 상대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먼저 하도록 하자(미루지 말자). 하루 동안 ‘해야 할 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루 일과 중에서도 분명 (상대적으로) 하고 싶은 일도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혼재되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미루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을 가장 먼저 하도록 하자. 조금이라고 해야 할 일을 하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할 것이다. 9시에 일과를 시작한다면 해야 할 일을 오전에 먼저 끝내고(또는 조금이라도 하고) 상대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오후에 하도록 하자

일단 그냥 해보자. 의외로 힘든 ‘해야 할 일’도 ‘그냥 (시작)하면’ 할만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무엇이든 하기 전이 가장 괴롭고 힘들다. 해보면 막상 할만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하지 않고 있는 그 상태가 더 큰 스트레스로 이어질 것이다. 다음 주 할 일의 부담감으로 일요일 밤이 괴롭지만 막상 월요일이 지나면 생각만큼 괴롭거나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보자.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을 때까지만 해도 이 ‘하고 싶은 일(글쓰기)’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편씩 쓰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부터는 ‘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감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 글을 쓰면서도 가장 힘든 점은 바로 ‘시작’이었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토요일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하지 않음으로 받은 압박은 ‘그냥 하는 것’으로 해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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