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무한한 가능성을 믿었던 ‘아빠 매니저’의 빛과 그림자
아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흡수체, ‘스펀지’
나는 아이들을 대할 때 언제나 '스펀지'를 떠올렸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방대한 정보를 빨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놀라운 가소성을 지닌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경영학 박사로서, 그리고 CEO로서 수많은 인재를 발탁하며 느꼈던 확신 중 하나는 "준비된 환경이 인재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내 아이들이 가진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믿었습니다. 그들이 머금어야 할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시간을 다스리는 법,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태도, 그리고 최고를 지향하는 근성이었습니다.
분(分) 단위 관리 : 스펀지에 가장 맑은 물을 채우는 전략
많은 이들이 '분 단위 스케줄'을 보고 숨이 막힌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아이라는 스펀지가 불필요한 오염물(나태함이나 방황)을 흡수하기 전에, 가장 가치 있는 영양분을 먼저 채워 넣는 '전략적 선점'이었습니다.
큰딸이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뉴욕의 변호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아이가 가진 스펀지의 용량이 남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용량을 100% 채울 수 있도록 정교한 로드맵을 제시한 아빠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너는 할 수 있다, 너의 능력은 무한대다"라는 나의 확신은 스펀지의 구멍 하나하나를 승부욕과 성취감으로 채워 나갔습니다.
이것이 내가 신봉하는 '계단의 법칙'의 실체였습니다.
성취의 훈장, 그리고 가슴 아픈 손톱의 흔적
하지만 스펀지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머금으면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큰딸이 손톱을 물어뜯던 습관을 떠올리면, 그 무한한 가능성의 이면에 숨겨진 압박감을 내가 다 헤아리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밀려옵니다.
아빠가 믿었던 '무한대'라는 기대치가, 어린 딸에게는 가끔은 넘치기 직전의 팽팽한 수면 같았을지도 모른다는 자책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스펀지가 빨아들인 것은 단순한 스트레스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딸아이는 아빠의 치열함을 흡수했고, 계획의 정교함을 흡수했으며, 결국 스스로를 경영하여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는 법을 배웠습니다. 뭉툭해진 손톱은 그 찬란한 성취를 위해 온몸으로 견뎌낸 '성장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리더의 유산 : 스스로 채우는 스펀지가 된 아이들에게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아빠가 물을 부어주길 기다리는 어린 스펀지가 아닙니다. 스스로 어떤 물을 마실지 결정하고, 그 깊이를 더해가는 당당한 리더들이 되었습니다.
"딸아, 나는 네가 하버드를 졸업했을 때 세상 누구보다 당당한 아빠였다. 하지만 네 뭉툭해진 손톱을 보았을 때, 그것이 내가 준 사랑의 무게였을까 아니면 네가 견뎌야 했던 고통이었을까를 자문하며 가슴이 미어졌다. 너는 아빠의 계획표를 이행한 로봇이 아니라, 그 무거운 기대감을 견디며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낸 가장 위대한 승부사였습니다. “
비록 지금은 우리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을지라도, 아이들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성실'과 '정직'의 데이터는 내가 그 시절 부어주었던 가장 맑은 물의 흔적임을 나는 믿습니다.
나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었던 그 시절의 나를 후회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라는 스펀지에 한계를 긋는 것이 아니라, 그 스펀지가 더 넓은 바다를 머금어도 터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게 키워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