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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노푸스 Jan 09. 2024

탐라의 귀리.

제주 바다낚시 이야기.

해가 바뀌었다.

바다에서 낚시를 하며 새해 첫날을 맞고 싶었지만 감기가 발목을 잡았다. 둘째 날 몸을 추슬러 신도리 포인트로 그곳에 사는 선배님이 자리를 잡아 논다고 해 아침 일찍 차를 몰고 갔지만 포인트 도착해 보니 이미 만석. 바다낚시는 좋은 포인트 선점이 80%다. 옆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조건 자리에 들어가는 건 정말 비매너 중의  비매너다. 바다가 개인건 아니지만 그곳에 밑밥을 뿌렸고 바다낚시 특성상 적당한 조류 흐름을 타기 위해선 낚시인 사이의 간격이 필수다. 좋은 매너를 갖추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안전하게 낚시하는 게 모든 레저의 끝판왕인 바다낚시를 더 재미있게 하는 최고의 요소라 여긴다. 선배님이 자기 옆에 바짝 붙어서 낚시를 하라고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차를 돌려 조금 옆 포인트를 찾아 이동을 했다.

(벵에돔.이날 잡은 벵에돔들은 이쁜 길냥이 식사로)


 채비.

소:대정읍 신도리 노을 해안로 어느 곳.

물때:12 물

낚싯대:D사 1.25호.

릴:D사 스피닝 릴 3000번.

원줄:세미 플로팅 2.5호.

목줄:카본사 1.75호.

목줄 길이 3.5미터 직결 매듭.

바늘:G사 벵에돔 6호.

어신찌:N사 무적시리즈 소형 B찌.

수중찌:K사 G2 쿠션.

밑밥:H사 빵가루, 오징어 파우더, W사 벵에돔 파우더.

          (밑밥에 크릴 배합을 하지 않는다)

미끼:일제 바다 전용 경단, 크릴, 오징어.


개인적으로 저부력 반유동 낚시를 좋아한다.

제주도 갯바위는 전체적으로 수심이 낮아 윈줄에 면사 매듭을 하지 않는 전유동 낚시를 편하게 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그리 많지 않다. 면사 매듭을 하고 하는 반유동을 해도 찌를 떨구어 먹기 일쑤다. 제주도 갯바위에서 떨구어 바다에 기증한 찌가 100개는 넘는 듯하다.

낮은 수심과 화산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제주 바다 여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더 재밌는 낚시가 된다.

제주 서쪽 포인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적당한 수심과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돌고래, 그리고 먼발치서 보이는 마라도의 멋진 뷰가 있어서 집에서 다소 먼 거리지만 서쪽 포인트를 자주 찾게 된다.


선배님과 헤어진 후 바로 가까운 새로운 포인트로 진입을 했다. 사람도 없고 지나가는 관광객 정도만 있는 좋은 포인트다. 적당한 물색, 그리고 채비를 준비하며 먼저 밑밥을 뿌려보니 자리돔들이 부상을 했다. 자리돔이 있다면 당연히 귀리(벵에돔의 제주 방언)도 있다.

최근 제주 바다의 낚시 조법은 어딜 가든 카고 낚시(어신찌나 카고망에 밑밥을 넣어 원투를 하는 낚시. 일본 당고 낚시에서 유래)가 대세다. 이 낚시 조법은 개인이 여러 방법으로 응용을 해 낚시를 하고 확률적이며, 가성비 좋은 낚시의 이점이 있다. 바다낚시는 정형적인 자기만의 낚시법이 최고라 여기고 최신 조법을 멀리하면 실력이나, 조과, 그리고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 요즘에

더 못 잡는다. 바다낚시에서도 최신버전을 적당히 참고하거나 자기만의 방법으로 응용을 한다면 분명 낚시가

재미있다. 오늘 채비는 물고기 활성도가 나쁘지 않은 듯 해 위의 나만의 전통적인 채비로 출발을 했다.


서쪽 포인트는 전체적으로 들물 타임이 조과가 좋다.

몇몇 포인트가 썰물에 잘 되지만 여가 잠기는 곳이거나

썰물 시간에 빠져나와야 하는 곳이라 이곳 역시 포인트 선점이 어렵다. 도시어부 낚시 프로그램 이후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내가 낚시를 시작할 때 내수, 바다 낚시인 수가 300만을 봤는데 지금은 1000만 명이 넘는다 하니 코로나19 이후 바다낚시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실감이 나고 있다. 물때가 좋은 날이나 휴일, 날씨가 좋은 날은 제주 갯바위 어디를 가든 좋은 포인트는 자리가 없는 듯하다.


현장 상황에 맞는 채비를 끝내고 첫 캐스팅을 했다.

낚시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포인트에 도착해하는 첫 캐스팅은 늘 설레고 좋은 기분이 들게 한다. 가까이 잡어를 붙잡아 두는 밑밥과 조금 멀리 대상어를 잡고자 하는 밑밥 품질을 나누어 하기를 두세 번 하니 바로 어신찌가 시원하게 잠겼다. 첫 번째 손님은 어랭이, 바늘을 빼고 바로 방생해 준다.(캣츠 앤 릴리즈 낚시를 하며 웬만하면 물고기는 다 방생한다. 간혹 작은 물고기들을 갯바위에 두어 말려 죽이는 몰 지각한 낚시꾼들이 너무 많은데 제발 그러질 마라, 인격 없어 보이고 낚시할 자격 부족이다.복어는 갈매기도 안 먹고 길 냥이들도 죽은 고기는 먹지도 않는다.) 어랭이는 수놈과 암놈이 서로 다른 색을 가지고 있고 육지에는 없는 어종이다. 늘 너무 많이 잡힌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라 조금씩 멀리 캐스팅 비거리를 늘렸다. 제주도 어느 지역이든(양식장 배출구 포인트들 제외, 양식장 배출구 포인트들은 양식장 배출구 바로 앞이 거의 포인트다. 여름 시즌 대물은 다 여기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리가 나오는 곳은 조금 먼 거리다. 밑밥이 들어가고 30분 정도 지나자 물고기들 활성도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쥐치, 작은 벵에돔, 도화돔, 어랭이가 잡히기 시작했다. 밑밥에 H사가 만든 오징어 파우더를 넣어 쓰는데 늘 효과가 좋은 듯하다. 개인적으로 벵에돔 낚시 밑밥에 크릴은 넣지 않는다. 빵가루는 그나마 자연 친화적이며 빵가루에 자기만의 좋은 아이디어 집어제를 첨가해도 낚시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바다낚시는 그 장르만큼이나 채비를 다양하게 응용하고 경험해서 나온 좋은 방법들을 운영해서 할 수 있다는 묘미와 재미가 있다.


출조 당일 한겨울이지만  탐라의 낮 기온은 13'~14'를 유지하고 있었다. 수온은 더 안정적 이어서 물고기들의 활성도가 좋았다. 이맘때 육지는 대물 감성돔을 잡는다고 유명 포인트들이 난리지만 제주도에는 경험상 감성돔은 추자도에만 있다고 여겨진다.

잔잔한 손맛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길냥이 한 마리가 내 옆에 와 있고 도망가지도 않고 있었다.

이 녀석 내가 물고기들을 놔주는 걸 먼발치서 보았는지

슬며시 내 옆에 다가와 한 마리만 달라는 눈빛을 보이고 있다. 벵에돔 한 마리가 올라와 한 마리를 주었더니

바로 입에 물고 어디론가 바로 달려갔다가 다시 오질 않는가, 한 마리는 두 마리가 됐고 세 마리까지 어디론가 물어 놓고 나에게 왔다. 네 마리 째는 나에게 등을 보이고 바로 시식을 했다. 바닷가 어딜 가든 길냥이들 천지가 된 지는 이미 오래, 이 녀석은 품종도 좋아 보였고 아마 세 마리나 물고기를 물고 새끼들에게 가져다준 듯 해 대견했다. 다음에 그 포인트를 가면 꼭 만나고 싶은 녀석이다.

(이날 잡은 독가시치 제주 방언 따치)


탐라의 겨울 낚시는 여름이나 가을 같지는 않지만 작년

그 살인적인 더위를 생각한다면 차라리 겨울 낚시가

좋은 듯하다. 제주 서쪽 낚시는 여러모로 재밌는 요소들이 많아 가도 가도 재미가 있고 늘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 번뿐인 인생을 재밌게 사는 방법 하나는

자신만의 영혼 취미를 갖는 것이다.


"한 시간 행복하려면 술을 마셔라

 삼 일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해라

 팔 일간 행복하려면 돼지를 잡아먹어라

 영원히 행복해지고 싶다면 낚시를 배워라"

           중국 속담.

위 속담은 내가 바다낚시를 오랫동안 하며 느낀 점을 잘 표현한다. 사람이 궁극적인 위로와 힐링을 얻는 건 자연과의 동화이며 그 속에서도 미지의 환경 속에 있으며 무한한 다양성을 주는 바다낚시가 아닐까 여겨진다.

바다낚시를 통해 삶과 인생을 배우며 지혜를 배양하는

요소요소가 곳곳에서 삶의 성장을 이루어 주었다.

바다낚시를 시작하려는 좋은 의도가 있고 바다낚시의

묘미를 얻고자 한다면 안전 장구를 잘 갖추어 제주 서쪽 바다낚시를 추천한다. 낚시가 갖는 무한한 지혜의 바다는 좋은 태도를 갖고 자연에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의외의 선물을 준다.


제주도.


2024 새해 둘째 날 낚시하며 본 아침 서남쪽 바다 전경.

이날은 쥐치도 네 마리나 잡았다.

돌고래 유람선 뒤 수평선 끝에 마라도가 보인다.

쥐치 제외한 모든 어종 다 방생 및 길냥이 식사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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