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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노푸스 Jan 19. 2024

(단편) 인연.

  파랑새의 행복은 행운이 아닌 선물.


남해의 조용한 섬마을 아침

봄날의 가장 좋은 4월 중순을 넘기고 있다.

섬을 감싸는 짙은 해무가 항구 배들의 출항을 멈추게 해  바다는 더 조용하고 그런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좋아하는 헤즐럿 커피 맛을 더 맛나게 음미하는 고마움을 주고 있다.

시원스러운 거실  유리를 통해 보이는 마당에는 나의  사랑스럽고 영리한 충견 져먼 셰퍼드 가을이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연신 꼬리를 흔들더니 어느새  창의 바깥 베란다 바닥에 앉아  가을이도 짙은 해무 아침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가을이는 내가 이 년 전 다리가 연결된 이 섬으로 들어올 때 분양받아온 져먼 셰퍼드로 이제는 어엿한 성견이 됐으며 건장한 체구와 영리함 그리고 나처럼 바다를 좋아하는 녀석이다. 나도 혼자 가을이도 혼자지만

나를 좋아하고 잘 따르는 가을이로 인해 이곳 섬 생활이 지루하거나 외롭지 않다.






짙은 해무에 이슬비가 같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다리가 연결된 섬 밖의 장에서 사 온 고추 모종과

나의 영혼의 취미 바다낚시 장비를 픽업트럭에 실었다.

가을이 녀석 조금 떨어져 있는 텃밭을 가는 걸 아는지

연신 꼬리를 더 흔든다.

'가랑비가 오니 모종을 심기 더 좋을 거 같아,

그리고 오후는 날씨가 개인다 하니 모종을 심고 물때도 좋으니 가까운 포인트로 낚시도 다녀오자꾸나'

"멍 멍 멍"

가을이의 기분 좋은 청명한 응답 목소리다.

간단한 먹거리와 커피 포트를 담은 쿨러를 픽업트럭 

짐칸에 싣고, 조수석 문을 열어주자 가을이가 한 번의 점프로 올라탄다.

'봄바람이 좋지?'

이미 머리를 창 밖으로 내밀고 있는 가을이는

"멍 멍" 소리로 답을 준다.

상큼한 봄의 기운이 나와 가을이를 기운 돋게 하고 그 기분은 살아 있음에 감사함과 기분 좋은 에너지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리가 연결된 이곳 섬에 온 지는 2년째가 돼 간다.

큰아이와 작은아이 두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으로 취업하고 나자 더는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두 아이도 오래전 혼자된 내가 하고픈

일들을 하며 살기를 원했기에 결심하고 실행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조용히 글을 쓰며 바다를 바라보고 져먼 셰퍼드를 키우며 이웃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마을에서 적절하게 떨어져 있는 이 폐가를 고급스럽지 않고 생활에 불편하지 않게 혼자 수리하는데 6개월이 걸렸지만 가을이와 영혼의 취미 바다낚시를 다니며 밤의 별을 보며 조용히 글을 쓰며 생활할 수 있는 이 공간이 너무나 좋다.





폐가 된 집을 매입할 때  그 집주인 분의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텃밭도 사라고 해서 그리 크지 않은 조그만 텃밭도 사서 소소한 먹거리를 재배하는 땅을 일구는 기쁨도 좋았다.

아주 가볍게 내리는 이슬비를 맞으며 장에서 사 온 모종을 다 심을 때쯤 귀에 익은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이 선생님, 이 선생님"

귀에 익은 목소리는 마을 이장님 목소리였다.

"멀리서 보니 이선생님 트럭인 거 같아 와 보니 모종을 심고 계셨네요, 군청 문화 센터에서 이선생님에게 수업받는 분들이 모종 심어 주신다고 그리 이야기했는대도 기회를 안 주시네요. 부지런하십니다"

'어서 오세요 이장님, 날씨가 모종 심기 딱 좋은 날이라

서둘러 심었습니다. 조그만 밭에 무슨 도울 일이 있겠나요 말씀만 이라도 감사합니다'

이곳 마을에 폐가 된 집을 소개해 주고 마을에 잘 정착하고 살 수 있게 도움을 주시고 초보 농부이자 귀촌한 나에게 가장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 이장님이시다.

내가 잠시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도 우연히 알게 되어 군청 문화 센터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수업을

개설하게 해 준 것도 이장님의 적극성이었다.

자주본 이장님에게도 얌전한 가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장님이 나에게 말하였다.

"이 선생님 오늘 면사무소에 가서 마을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 왔는데 이 서류 봉투가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되어 있어 뭔지 최주사에게 물어봤더니 가삼 부락 끝에 새로 지은 집에 온 서류 같다고 가져다준다면 된다는데

이선생님이 한번 맞는지 봐 주세요"

'네'

서류는 프랑스에서 온 서류 었고 섬의 반대편이자 다리가 연결된 곳에서 가까운 곳인 가삼 포인트에서 가까운 곳이다. 누군가 작년부터 폐가 된 집을 매입해 집을 허물고 이쁜 집을 지은 곳이다. 초 고령화 시대로 이 섬도 도시에서 귀촌한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이고 

다행인 건 섬이 제법 커 다들 자기들만의 공간이

넉넉하고 왕래가 없어 나에겐 오히려 그런 조용함이 마음에 든 곳이다. 낚시를 갈 때 두 번 정도 본 곳인대 벌써 사람이 들어와 사는가 보다.

'가삼 주소지가 맞는 듯하네요, 이름은 혜진 님이고요'

"아, 이분 ㅇㅇ대학으로 학생들 가르치러 다니시는 그 교수님이신가 보네요. 집을 다 지으시고 들어와서 살고 계십니다. 이 선생님 혹여 오늘 그 포인트로 낚시 가시면 그 집 우편함에 이 서류 좀 넣어 주시면 안 될까요?

가랑비라도 거기까지 자전거로는 내가 좀 불편해서요"

'네, 제가 우편함에 넣어 놓을게요.

낚시도 잠시 후에 그 포인트로

갈 거니까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일로 이 선생님 도움받네요"

'필요한 도울일 있으면 언제든 부르시고 시키세요'






이장님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의 인사를 하셨고 가을이는 반가움의 멍멍 소리로 꼬리를 흔들며 이장님을 배웅했다.

아침과 오전에 까지 오던 가랑비가 그치고 해무도

걷히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픽업트럭에서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펴고 준비해 온

간단한 점심과 차를 한잔했다. 가을이가 좋아하는

가을이 간식도 먹으며 가을이도 이 봄날의 여유를 누리는 듯 해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좋았다.

'자 잘 먹었으니 정리하고, 우편물 전달해 주고

우리는 가삼 포인트로 어서 낚시를 가자꾸나.

오늘 물때도 9 물 좋을 때다. 출발해 보자'

"멍 멍 멍"

무슨 말을 하든 가을이는 내 말을 다 알아듣는 듯하고

바로바로 대답을 해준다. 영리하고 착하다.

텃밭에서의 모든 일과를 마치고 짐을 다 싣고

가을이 탑승석인조수석 문을 여니

가을이 한 번의 점프로 조수석 자기로 타고 나는

바로 조수석 창문을 열어 가을이 밖을 보게 해 주고

출발을 했다.

섬은 한 개의 면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법 면적이 넓다.

다행인 건 다리가 육지로 연결된 섬이라 섬이 주는 그 독특한 고립감을 다소 완화시켜 준다.

해안도로도 길이 더 확장되어 밤눈이

어두운 나의 운전에도

도움 되고 다리를 건너면 생활 편의 시설들이 있어

관광지가 아닌 이 조용한 섬이 나는 그저 좋은 듯하다.

가을이와 비 그치고 해무 걷힌 밝은 햇살이 싱그런

해안도로를 십여분 달려 도로 언덕 끝이며 나무가

울창한 하얀 집 문 앞에 다다랐다.






한 개의 면으로 구성된 섬이지만 섬의 면적이제법 커서 걸어 다니기는 어려워 이 섬으로 들어오면서 다용도로 쓰려고 세단 승용차를 픽업트럭으로 바꾸어 가지고

섬으로 왔는데 여러모로 활용성이 좋다.

무엇보다 충견 가을이를 마음껏 편하게 태우고

다니는 것이 가장 좋았다.

우편물을 가져다줄 집에 다다르며 살펴보니

바다 뷰도 좋은 곳이고 멀리서 봐도 큼직한

워싱턴 야자수와 큰 소철이 심어져 있고 탱자나무와  

하얀색 나무 울타리로 이쁘게 조경이 잘된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차를 집 앞 콘크리트 마을 길에 주차를 하고 가을이가 내리도록 차문을 열었다.

조수석 차문을 여는 순간,

가을이가 바로 쏜살처럼 달려서 탱자와

하얀색 나무 울타리로 이루어진 집의 담을 바로 넘는 것이 아닌가, '가을아, 가을아 멈춰 '

훈련도 잘되어 있고 사람들이 다니는

곳을 갈 때는 입마개  목줄을 하지만 가을이는

영리하고 충성스러워 절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그런 상황이

아닌 듯했다. 가을이가 뛰어넘은 곳 담으로 가보니

울타리가 부서 줘 있었고 낮은 탱자나무가 제법 많이

쓰러져 있었다.

순간 가을이의 거친 짓는 소리와 돼지의

비명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그리고 바로 가을이보다 훨씬 큰 멧돼지가 나를 향해 돌진해 옆구리를 치었고 나는 중심을 잃고 마을 길 옆 작은 수로에 발 하나가 빠지면서 넘어졌다.

멧돼지는 나를 치고 그대로 수로를 뛰어넘어 

수로 옆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가을이가 탱자 울타리를

넘어서 넘어져 있는 내 옆을 쏜살같이 달려

 멧돼지를 따라갔다.

나는 힘껏 소리를 쳤다.

'가을아, 가을아 멈춰, 멈춰 가면 안 돼 멈춰 '

가을이는 30여 미터 길을 따라 더 달리고서는 마지막 멈추라고 할 때 멈추어서

넘어져 있는 나에게 왔고, 나는 바로 가을이를

안아 줬고 가을이는

킁킁 소리를 내어 나를 걱정해 주었다.

'잘했어 멈추라면 멈추어야지 저 녀석이

너보다 더 큰 데 가서 뭘 어쩌려고, '

가을이를 여기저기 쓰다듬으며 만져 보니 가을이는 괜찮은 듯했다. 가을이를 진정시키면서 수로에 빠진 발을 꺼내면서 보니 오른발이 욱신 거리면서

통증이 왔고, 이내 통증으로 주저앉게 되었다. 불과 1분도 안 돼서 한꺼번에 벌어진 일이다.

'운전해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많이 아프다.. 우편물이나 넣어주고 가자꾸나'





가을이를 쓰다듬으며 일어나려 하는데 바로 하얀색

세단 자동차가

집 앞 대문에 멈추면서 투피스 회색 정장 차림의 여성이 내려서 나에게 바로 질문을 했다.

"선생님 어디 다치신 곳 은 없으세요?

어디가 제일 아프세요,

제가 한번 볼게요" 질문과 동시에 신발 벗겨진

오른발 양말을 벗기더니

 "복사뼈 인대가 부었네요 다행이네요

골절은 없는 듯해서요.

언덕 밑에 오면서 멧돼지가 선생님 치는 거 봤거든요, 다행이네요, 좋은 개가 선생님을 지킨 것 도 보았어요,

경황이 없지만 크게 다치시지는 않은 듯해요.

저는 이 집 집주인입니다"

'아, 네 이장님 대신  우편물을 전달해 드리러 왔습니다.  

멧돼지가 집에서 나왔고 제 개가 집 마당으로 들어가서

 멧돼지를 쫓았는데 집의 상태가 어쩐지 모르겠네요'

"멧돼지를 쫏아 준 것만 해도 감사한대, 집이 뭐라고요 괜찮습니다,

다른 곳 은 괜찮으시죠?"

나는 이때까지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지를 몰랐다. 진짜 경황이 없었나 보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인사를 정식으로 하려고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영락에 사는 현 이라고 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제대로 그분과 처음으로 눈 마주침을 했다.

여성분은 나를 한참 응시하고 뭔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내 또래인 듯하고 아무 뜬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날 요량으로 한 발로 절뚝거리며 내차로 가서

우편물을 가지고 뒤돌아서

그분께 드렸고 가을이를 태우려고 가을이를 불렀다.

그때

"혹시 성함이 ㅇ현 인가요?"서울에 사셨고 ㅇㅇ초등학교 다녔고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아... 이런...! 현, 내 얼굴 잘 보고 내가 누군지 맞혀봐 내가 조금 의학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너는 내가 누군지 맞혀야 해,

하하하, 얼른 맞혀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강산이 네 번 바뀌고

내 머리는 백발이다.

얼굴은 동안이지만 나의 백발은 내가 반세기를

더 살았음을 나타내는 징표다.

내가 이런데 초등학교 동기들과 거의 교류가 없었던

내가 앞의 동기 같은 여성이 누군지가 감이 오지 않았다.

"에고 5학년때 네 짝꿍도 몰라봐?"

'아!... 혜진'

"이름은 안 잊고 있었네 하하하"

혜진

잊을 수 없는 이름인데 잊고 있었다.

5학년때 내 짝꿍이었고 6학년때는 다른 반으로 갔지만

음악 시간마다 피아노를 못 치는 선생님을 대신해 음악시간에 우리 반에 꼭 왔고

그녀 중학생 때 프랑스로 이민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중학교 입학하면서 들었다.

그리고

내가 순수라는 시 공간에서 처음으로 좋아하고 설렘을 가졌고 그런 쪽지를 주었던 첫사랑..

그녀라니?

이 무슨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

남해 이 조그만 섬에서 일어나는가.

우연인가 우연을 가장한 몇백만 분의 일

확률이란 말인가?

'혜진아'

"그래, 나야 그때보다 얼굴이 더 이뻐져서 모르겠지?

호호호

현은 머리색만 하얗고 다 그대로다.

나는  번 보니 바로 알아보겠던데

우리 이러지 말고 들어가자.

들어가서 네 다리 치료도 하자.

나 의사야 다리 부기 다 빼고 치료 다하고

그러고 퇴원해 나가는 거야 하하하"

'그래 그런데 가족분들은?'

"현, 나 혼자 살아. 현도 혼자된 지 오래됐다는 거,

서영한테서 들어서 잘 알고 있어

자 부담 갖지 말고 빨리 들어가 네 치료부터 하게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붓기로 퉁퉁 부은 다리로 절뚝이는 나를 혜진이 어깨로 부축하며 잔디 좋은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을 통해 거실의 바다 시원스러운 전망이 들어오는 소파에 앉았다.

연한 아이보리 색감의 일체감 있고 모던한 스타일 디자인 인테리어가 내 집의 인테리어와 다소 비슷해  조금은 놀랐지만 정리 정돈이 너무나 끔하게 잘되어 있었다.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혜진은 바지 정장 투피스 상의를 소파에 놓으며 주방 냉장고에서 얼음팩을 만들어

가지고 와 더 심하게 붓기가 진행된

내 오른발에 찜질을 해주며

"내일 나 강의가 있어 학교 가는데 학교

병원에 같이 가자 나 응급 의학하고

가정의학으로 아이들 가르치고 있고 일주일에

한 번은 외래 진료도 보고 있어,

여기서 자고 아침에 나랑 같이 내차로 같이 가자 여기서 40분 거리에 있는

ㅇㅇ의대에서 강의하고 있어, 여기 집 지어서

온 지는 8개월이 넘었는데

여기서 현을 만나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이게 다 뭔 일인가 싶고, 꿈인가 싶다.

바르는 약이라도  좀 가지고 올게 정신이 하나도 없네 잠시만 있어봐"

그녀는 소파의 옷을 가지고 거실 끝의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앉은 상태로 거실을 둘러보았다.

이쁜 난 화분이 있고 좋은 앰프 오디오와 거기에 어울리는 우드톤의 스피커가 있었고 바로 옆에는

족히 수백 장은 될 듯한 CD음반이 몇 단의 높이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CD장식장 위로 아주 큰 액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건 혜진의 타임 라인을 구성해 놓은 액자였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주요 행사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중앙에 초등5학년 소풍 때

놀러 가서 찍은 조금은 희미해진 컬러사진이 있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혜진이 나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었고  나와 혜진이 너무도 순수하고 맑게 웃고 있었다.

저 사진은 나에게 없는 사진이고

사진 속의 혜진과 나는 너무도 순수해 보였다.

혜진은 늘 쾌활했고 무언가 모르는 게 있으면 나에게 물어봤고 나는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잘 알려주곤 했다.

순수를 같이 공유했고 그 하나만으로 친구가 되고 소통이 되고 그 모든 게 즐거웠던 시간이었고

그런 마음이 좋아 그 감정을 혜진에게 손 편지를 했던 기억이 어렴 풋이 나기 시작했다.

사진을 보니 눈시울이 붉어졌고 또르르 왼쪽눈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타임 라인에는 딸들로 보이는 두 명의 아이들 성장 사진도 있었고 다른 형제들 사진도

있었지만 남편으로 보일만한 사람의 사진은 없었다.

"현, 연구소 다녔다고 하더니 관찰력은 좋은가 봐, 열심히 사진 보네 사진에 현도 있어"

어느새 편안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녀가 내게 물었다.

"현, 나 커피 탈건대 무슨 커피 마셔?"

'응 나는 아메리카노, 헤즐렛 시럽 있으면 좋고'

"집에 헤즐렛 시럽 있어 과일하고 좀 가지고 올게 소파 쿠션을 발목 아래에 놓고 있으렴"

혜진은 간단한 다과와 향이 좋은 커피를 가져왔으며 그녀는 에스프레소를 타왔다.

향이 좋은 커피와 더 진한 커피의 향 조합이 짙은 커피 향을 거실에 가득 채우고 있다

그녀는 내 옆으로 와서 부은 발목의 얼음팩 위치를 바꾸어 주면서 긴 이야기의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고 그녀의 삶에는 놀라운 좋은

반전이 있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그녀 가족은 프랑스로 이민을 갔고 그곳에서 학업을 계속해서

의대로 진학을 해 의사가 되어 파리 1 대학 의과대학 의사로 근무하며 그곳에서 교수가 되었고

우리로 치면 보건 복지부 차관까지 엮임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대목에선 나도 그녀도

삶의 시간을  너무도 빠르게 진행했다는 생각이 하염없이 들었다. 그녀는 결혼은 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양육하고 싶어 한국에서 온 두 아이를 입양해 키워 다

성장시켜 정체성을 가지고 살게끔  다시 한국으로 보냈다고 하는 대목에선 알 수 없는 눈물이 또 흘렀다.

나도 내 이야기를 했고 같은 초등학교 동창인 변호사를 하는 서영을 통해 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연구소를 다녔고 결혼을 해 두 딸을 가졌지만 두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 시기에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 내용까지 알고 있었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 오면서 서울과의 인연을 끊으면서 친구들이 내  바뀐 연락처를 몰라서 나를 찾지 못했다고 순식간에 과거와 현재가 오가 듯 이야기를 풀었다.

이곳은 프랑스에서 돌아가신 그녀 어머니가 한국에 들어가서 남은 생을 여기서 살았으면 해서 몇 년 전에 사놓은 땅이고 어머니 아버지가 프랑스에서 다 돌아가시고 두 자녀도 성장해 한국으로 돌아갔기에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려고 할 때 이곳 대학에서 좋은 조건으로 초빙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해 한국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는데 말을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그녀가 준비한 정성이 담긴 저녁을 먹으며 졸업 앨범 사이에 반듯하게 보관된 내 편지를 보여 주었을 때 창피함과 순수의 미소가 둘의 얼굴에서 피어났다.

저녁을 먹고 나자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며 그녀 몇 가지 약을 주며 복용 설명을 해준다.

근육 이완제가 들어가고 맛난 식사로 몸을 주체할 겨룰 도 없이 밤바다 배의 집어등 먼 빛이

흐려진 듯 눈이 감겼고, 혜진이 나에게 이블을 덥어 주는 것까지 그것까지 기억에 담고 눈이 감겼다.






나의 얼굴을 비취는 밝은 햇살보다 마당에서 짖는 가을이의 그 맑은 멍멍 소리로 잠을 깼다.

어제의 모든 일들이 꿈이 아님이 욱신 거리는

발목이 말해주고 있었고

같은 바다 다른 방향의 일출 뷰가 펼쳐지고 있었다.

소파 앞  테이블에 A4 하얀 용지에 정갈한 글씨체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내가 너무 약에 취해 잠이 들어 안 깨웠고 식탁의

아침을 먹고 쉬고 있으라는

그리고 오전 미팅만 참석하고 오후에 오고

병원은 내일 가자는 내용이었다.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나가니 현관에 등산 스틱이 있어 그걸 지팡이로 쓰니 한결 걷기가

편하고 좋았다. 가을이를 밤에 현관에서 재웠는지

커다란 타월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반갑게 나에게 와서 연신 꼬리를 흔드는 가을이와 혜진 집을 둘러보니 멧돼지는 뒷 뜰

조그만 텃밭을 파헤친 것이다. 옆에 있는 쇠스랑으로

어수선한 밭을 평탄하게 했고 안으로

넘어진 몇 그루 탱자나무를 세웠고 내 픽업트럭

공구함에서 가져온 케이블 타이로 가지를

잘 묶어 놓고 멧돼지가 무너뜨린 하얀색 나무 울타리는 연장을 사용해 다시 세웠다.

그럭저럭 복구가 다 됐고 집으로 들어가 차려진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해놓고 소파 이블도 잘 개어 정돈을 하고 가을이를 재운 현관 바닥 타월도 거두어 차에 싣고

전자 도어 잠김 장치가 잘 된 문을 잘 닫고 혜진 집을 나왔다.

'가을아 집으로 가자꾸나 샤워도 하고 싶고 옷도 갈아입고 너도 밥도 먹어야 하고 일단은 우리 집으로 가자꾸나'차에 자동 속도 조절 장치가 되어 있어 아주 천천히 오니 다치지 않은 왼발을 사용해서 올 수 있었다. 도착해 가을이 먹이를 주고 샤워를 하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커피 한잔을 내려 거실 창밖 바다를 보며 차 한잔 하는 나의 일인용 소파에 앉았다.

약기운이 남은 듯 한 졸음이 왔지만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된다.

그때 나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혜진이었다.

그녀는 먼저 내 컨디션을 물었고 키, 몸무게, 옷사이즈, 신발 사이즈를 물어보고

키에 맞게 목발을 맞추어서 오겠다고 했고, 내가 나의 집으로 왔다고 하자 이내 서운한 목소리가 되어 집으로 바로 가겠다고 집주소를 알려 달라해 알려 주고

조금 늦은 점심이라도 준비해 갈 테니 먹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해주었고 혜진은 밝은 음성으로 전화를 끊었다.







삶에서 친구란 무엇일까?

친구란 무엇인지를 그 한 없음이 무엇인지를

너무 오래 현실이라는 망각 속에

내던져 놓고 잊고 너무 바쁘게 달려왔지만

사람은 결국 가장 순수할 때

그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이 가장 즐거웠던 때라는 걸

 그 시절이 몇십 년 흘러야 깨딷는다.

삶 속에서 흐르고 흩어지고 모아진 수많은 감정 중에서

조용하지만 가장 빛나고 내면의 힘을 주는 요소가 순수였다.

그 순수의 좋은 가치가 공유되고 좋은 이끌림으로 된 것이 우정이었던 것이다.

순수의 힘을 그리움 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겨,

남은 여생 삶의 호박 보물 창고에만

숨겨 놓으려 했는데 보물 상자의 파랑새가 멀리멀리

날아 다시 나에게 날아온 듯하다.

파랑새는 멀리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나에게 왔고 그건 행운이 아닌 선물이었다.


오전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을 무렵 섬에는 다시 아주 옅은 해무가 시작되고

다친 발목이 욱신 거리기 시작했다.

가을이가 언덕 아래를 보며 그 특유의 기분 좋은 멍멍 소리를 냈고

이내 옅은 해무 사이로 안개등이 선명하게 켜진 상태로  

나의 집을 향해 오는 그녀의 흰색 세단.

그리고 마당에서 그 차를 향해 더 반가움으로

 멍멍 거리는 가을이

거실 창밖으로 이 광경,

이 순간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사진

거제도 외도 보타니아.

제주도 서귀포 위미항.

서귀포 클라라 수도원.

추자도.

서귀포 오설록.

서귀포 산록 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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