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툴 캔바(Canva) 초보 수업
화구박스를 들고 학교에 다니던 옛날 옛적, 나는 아날로그로 방식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학번이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디자인을 새로 배워야 했다. 포토샵 그래픽 자격증을 따고, 관련 분야로 취업을 시도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글자 크기를 변경하고, 색상을 설정하고, 레이아웃을 편집하는 작업들이 재미가 없었다. 그냥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싫었다. 늦게까지 일을 시키면서 월급도 엄청 짰다. 그래서 전공분야를 포기해 버렸는데, 이에 대한 미련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붓이 아닌 마우스를 붙잡고 앉았다. 여러 가지 도구들을 클릭해 보고, 글꼴을 바꿨다가 키웠다가, 이 효과를 줘봤다가 지웠다가, 색상을 수십 가지로 변경했다가, 아주 난리법석을 떨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냥 캔바 수업 시간에 내준 단순한 과제를 하나 하는 것뿐인데, 이게 뭐라고 이 수선을 떠는지 우습기도 했다. 그래도, 클릭 하나에 이리저리 바뀌는 이미지들을 보고 있자니 신기했다. 뭐 대단한 것이라도 만들어낸 양 창작의 기쁨마저 들었다.
시대가 정말 편리해졌다. 어려운 디자인 프로그램을 마스터할 필요 없이, 제공되는 방대한 양의 이미지들과 클릭 몇 번으로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캔바 수업 2일 차,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꼭꼭 숨긴 채, 오늘도 정성 들여 과제를 완성했다. 캔바 활용법을 배워서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마냥 들뜬다. 문구류가 귀한 미국에서, 이제 나만의 달력이나 플래너, 카드 등을 만들어 쓸 수 있겠지, 선물을 하거나 판매를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 그리고 어쩌면 간단한 책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 가서, 나 디자인 전공했소라고 당당하게 말할 날이 부디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