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타는 고속버스

서울에서 부산

‘이 열차는 다대포행, 다대포행 열차… 땡큐.’

노포역, 아무도 없는 지하철이 얼른 내 앞으로 와서 멈춘다. 듬성듬성, 사람들이 서둘러 탄다.

 서울 경부 고속버스 출발지에서 함께 탔던 이들이 곳곳에 보인다. 다들 맨 끝 자리를 하나씩 꿰찼다. 맞은편에는 빵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앉았다. 얼핏 본 눈동자는 알루미늄 같았다. 가방을 옆자리에 두고 두리번거리시다가 눈이라도 마주칠까 얼른 휴대폰으로 눈을 옮긴다. 사진을 해서 그런지 자꾸 주위를 빤히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지하철 의자 간의 거리가 좁아 보이는 걸 보니 부산이구나 싶었다. 매번 꿉꿉했던 1호선의 냄새가 오늘은 나지 않는다.

 서울에서 부산, 버스에서 지하철, 도로와 나 사이에 습기 낀 창문, 빠르게 흘러가는 집들. 한 번도 고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풍경들에 마음이 조금 풀어진다.

4시간 30분 정도의 거리, 만석의 고속버스 안에 함께 탔던 사람들은 어디로 향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