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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May 30. 2022

마지막 수영을 마치고.

별 의미 없는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깬 시간은 9시 40분. 10시 타임으로 끊어 놓은 동네 수영장을 나가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아쉬움에 벌떡 일어나 대충 짐을 챙기고 잠도 덜 깬 채 뛰어간다.


 물속에 있는 시간은 잘 없으니 빼먹지 않으려고 한다. 마지막 날, 새로운 강사가 왔다. 월요일은 힘들다는 아줌마들의 성원에 바닥을 짚고 턴 연습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럴 거면 더 잘 걸이라는 생각을 아주 짧게 했지만, 열심히 턴 연습을 했다. 숨 쉬는 것도 아직 벅차다.


두세  쓸데없는 얘기를 나눴던 오이가 마지막 날인 오늘에서야 수경이 뿌옇게 되지 않는 액체를 건냈다. 언제까지 효능이 있을지도 모르고, 언제 다시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발라뒀다. 작별 비슷한 말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구름이 땅만큼 가득했다.


초록색 신호를 기다리며 귀에 고인 물기를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이어폰을 넣었다. 날이 흐리니 오래간만에 조금은 우울한 음악 눌렀다. 거기선 색소폰과 피아노 소리가 다신 없이 울려 퍼져서 순간의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김오키-너와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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