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방울의 간지러움
천장에 물이 새어 잘 나가지 않던 베란다에 의자를 두고 난 후부터는 종종 앉아서 여름 비 소리를 듣곤 한다. 밤이면 보이지 않는 모기가 여기와 저기를 물고 난 한 템포 늦게 반응하며 내 몸을 촐싹 촐싹 때리곤 한다. 이런 식으론 잡은 적 없는 걸 보면 모기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비가 내린 적이 있었던가? 하고 목을 내밀어 빗줄기를 쳐다본다. 희끗희끗 보이는 빗줄기가 무한의 실타래처럼 끊기지 않은 채 올라간다. 몇 방울이 얼굴에. 그리고 찰싹였던 피부가 간지럽다. 그제야 비와 모기를 함께 실감한다.
아마 변하는 것 없어보이게 세계는 이렇게 흐르겠지
근데 또 이렇게 비가 내린 적이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