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by 연지한

낙엽은 벌써부터 다음을 예견하는 중이다
이번 생에 무엇을 했을까
이내 추락을 위한 열병을 앓는다
날 때부터 꽃이었던 그의 10월은
가벼운 충격에도 씨를 흘리는 서슬 퍼런 계절로 방죽을 지나고 있었다
눈도 실타래로 뭉쳐지며 울먹이는 시간에
불길도 접해 보지 못 한 채, 그는
눌러 붙는다
메뚜기처럼 계절이 지난
텃밭에서 울타리 문을 걸어 잠근 채
낙엽 보다 더 엄숙하게 계절에 파묻혀 버린
허수아비의 나무자루
보도블록 한가득 주인을 기다리는 다짐들이
내용물도 없이 나뒹굴고
생선 가시처럼 휘청거리는 저녁 바람 소리를 쓸어 담는 질척한 의식들
유연하게 내던져지는 몇 개 이파리를 올려다보며 너무 큰 탄력들을 버리러 가는 저 뒷모습은 낯익은 무성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이제 곧 10월의 품을 벗어나야 하는 때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을 무심히 바라본다
저녁의 가벼운 노을이 지나가고
내일이면 몇 개의 이파리가 사라질까
시간의 창살이 달그림자에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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