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by 연지한

출근을 시작한 지 이틀 차. 썩 나쁘지 않다. 그냥 하루에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는, 하루를 팔아서 돈을 벌고 있다는 있다는 것이 나쁘지 않은 듯하다. 걸어서 5분 거리, 퇴근은 16시. 나쁘지 않다.


이제는 나쁜 걸 나쁘다고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실컷 나쁘다고 외쳐봤자 나쁜 일은 그대로 벌어지고 부정이 거세질수록 더 크게 엎어졌다. 나쁘지 않은 정도면 괜찮지. 나쁜 일은 아니니까. 온전히 나로 있지 않을 뿐. 모든 일이 다 그런 식이니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다. 그런데 어째서 퇴근길의 유리창엔 울상인 표정 밖에 없을까?


곧 있으면 봄이 온다. 세상에서 봄이 벗겨져 나갔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봄은 봄대로 오고, 나는 나대로 산다. 계절과 불일치된 정신으로 꿋꿋이 돈을 벌고 묵묵히 밥을 먹는다. 30대가 되어도 사는 걸 사는 일로만 대하기 쉽지 않다.

화요일 연재
이전 12화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