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by 연지한

퇴근 후 피로한 정신으로 글을 쓰려해도 역시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루 종일 박스를 옮기고, 망치질을 하고, 욱신거리고 피로한 몸에서 생활의 찌든 내가 지독하다. 걱정한 것처럼 일을 시작하고 난 뒤부터 글이 잘 안 써진다. 평범해지고 투덜거리는 문장들 빼고는 남은 것도 없다. 그나마 겨울에는 조금 나았을 텐데 계절도 도움이 안 된다. 어느새 봄의 입구에 도착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것 말고는 없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야 없지만, 2주 만에 무료함에 찌든 정신.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수백 가지인데 자꾸만 오답 쪽으로 기울어 걷는다. 최저의 현대인. 평균으로만 따졌을 때, 아직도 책임져야 할 수명이 많이 남았다는 게 암담해진다.

매년 그랬듯이 어느새 3월, 어느새 4월, 어느새 5월. 눈만 껌뻑이다 지나치는 계절 속에서 멍청해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일이라도 계속 다녀야겠지.

봄으로 봄으로 계속해서 유영하는 시간. 올해부터는 모든 시계가 흘러내린다. 흘러갈 새도 없이 흘러가 있는 시간, 계절.

화요일 연재
이전 13화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