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밤톨동화

돌담 너머의 응원

by 밤톨맘

그날은 유난히 하루의 여운이 길게 느껴지는 저녁이었다. 남편과 나는 돌담길을 뒤로한 채 벤치에 앉아 궁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길 위로, 우연히 돌담 너머에서 들려온 버스킹 소리가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 음악은 오늘 하루의 여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돌담에 기대어 한참을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그 시간에, 그 공간에,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소심한 박수로 대신 전했다.


'저 가수는 우리가 담 너머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하겠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세상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응원하거나, 지나간 인연의 안녕을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을지도 모르겠다. 정작 본인은 응원을 받는지,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겠지만 묵묵히 본인의 길을 고수하는 사람들. 담 너머의 가수는 우리의 존재를 알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그들의 음악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러니 쉽게 낙담하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

어쩌면 나도 이름 모를 누군가의 응원과 기도를 먹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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