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날 만큼 완벽한 하루가 있다면 오늘이겠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한껏 반겨주었던 벚꽃들이 다 져버렸지만, 아쉬워할 겨를조차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 아쉬움을 단숨에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으니까.
이것 봐, 온 세상을 뒤덮은 거대한 녹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푸릇한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싱그러운 바람이 뺨을 스치는 오후.
남편과 나는 녹음을 배경 삼아 벤치에 앉아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청춘은 지나간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청춘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20대 시절의 자유분방하고 열정 넘치던 청춘을 떠올리며,
문득 지금의 우리가 걷고 있는 길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앞에 앉아 작은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연신 꼼지락거리는 조그만 우리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분명 20대 같은 청춘은 지났으며,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또 다른 청춘을 길러내고 있지 않느냐고.
그러니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아이의 작은 숨소리, 해맑은 웃음소리 하나하나가 우리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 활력의 화력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육아라는 책임감 속에서 피어나는 이 새로운 청춘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딸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나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타임머신 타듯 나의 청춘에 하염없이 놀러다녔다.
잊고 지냈던 작은 기억이 밤하늘의 작은 별처럼 다시 나를 반추시켰다.
남편과 나는 본인의 어린시절 이야기들을 툭툭 꺼내놓게 되었다.
딸이 없었다면 아마 잊고 지냈던 옛이야기였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추억속에서 동심을 그려내고 있었다.
나의 딸에게 꼭 전하고 싶다.
오늘 같은 장면을 너의 인생에도 꼭꼭꼭 많이 담아내길 바란다고.
눈부신 햇살 아래 푸른 녹음이 가득했던 오늘처럼,
삶의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기를.
너의 삶이 언제나 싱그러운 녹음처럼 풍요롭고 아름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