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지금의 남편이 남자친구였던 시절, 우리가 처음으로 떠났던 여행지가 영종도에 위치한 ‘네스트 호텔’이었다. 그때의 우리는 결혼이라는 단어와는 꽤 멀었고,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금’에 충실했던 연인이었다.
‘그때는 몰랐지. 세 식구가 되어 있을 줄도, 이곳에 다시 오게 될 줄도’
그리고 10년 후, 우리는 딸아이와 함께 다시 그 호텔을 찾았다. 이른 여름휴가를 핑계로, 남편의 간절한 바람에 따라 같은 장소로 향했다. 남편은 우리의 첫 여행도 네스트 호텔, 딸 아이와 첫 여행도 네스트 호텔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껏 들떠 있었다. 어디든 의미부여를 잘 하는 남편 덕분에 인생이 심심할 겨를이 없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다 같은 호텔이지.’
하지만 막상 도착하자, 그 말을 삼키게 되었다. 희미했던 기억들이 마치 금방 지내왔던 추억처럼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봤던 로비의 풍경, 밤에 함께 걸었던 수영장 옆 산책로, 둘이 웃으며 찍은 어설픈 셀카. 이번엔 세 식구가 그 길을 따라 걸었다. 딸 아이의 첫 수영, 수영장에서 뿜어내는 비눗방울 거품이 더해져 우리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셨을 것이다. 같은 장소에 또 다른 시간을 쌓아 올렸다.
우리가 나이를 먹듯, 호텔도 나이를 먹고 있었다. 호텔 내부 곳곳에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 있었다. 문득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서로의 곁을 지켜낸 덕분에 여전히 함께인 사실이 감사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준 남편에게도 고마웠다.
가족은 선택할 수가 없다고 한다.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바로 배우자. 나는 어릴 적부터 내 아이에게 꼭 이런 아빠를 선물하고 싶었다. 나의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조건 없는 사랑과 변함 없는 믿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해 삶을 반짝이게 할 줄 아는 사람.
남편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10년 전 우리의 첫 여행지였던 네스트 호텔을 딸과 함께 다시 찾은 것도,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순간에 특별한 의미를 찾아준 것도 모두 남편 덕분이었다. 남편이 찾아주는 의미들 덕분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더 반짝이는 ‘밤톨동화’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