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늦된 사람 Oct 24. 2021

네 꿈을 응원한다

사장이 되었다 5


두 사람에게 모처럼 연락을 했다. 간단한 모임 안내를 하고 날을 잡았다. 만남을 며칠 앞두고 남편과 다투었다. 정확한 대화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 2개월 간 조력자로 참여한 나만 열일하는 듯한 기분을 남편에게 토로하며 일어난 다툼이었던 것 같다. 대화의 전개는 쉽게 예상할 수 있듯, 남편은 본인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오해하지 말라며 항변하였고 나는 말로만 열심히 하지 말라는 대꾸를 했고 결론이야 뭐 정해져 있다. 잘 하자. 

이윽고 약속한 날이 되었다. 남편의 '두드림 프로젝트'가 그들에게 공개되었다. 우선 오각형 건물의 존재와 리모델링 계약업체 선정까지 된 상황을 공유하였다. 그리고 새롭게 단장할 이 건물의 첫 번째 쓰임은 오늘 초대한 지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하고 싶다는 프러포즈를 하였다. 내용인즉슨, 코로나19와 기타 다른 사정들로 1인 식당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인에게 시설 설치비와 집기 구입비를 부담하고 약 1년 간 무상으로 임차하는 것과 일정 기간 동안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물론 숙소 제공도 포함이었다.  그의 꿈을 우리의 꿈으로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 남편의 두드림 프로젝트 1단계였다. 초대받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1인 식당의 당사자였고, 나머지 한 사람은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식당 운영을 부탁할 사람이었다. 당사자는 제안을 수락하였고, 식당 운영을 부탁하려 했던 한 사람은 거절하였다. 거절이 아쉬웠지만 거절의 이유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는 연이은 낙방 중이지만,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일이므로 좀 더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혼자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판을 벌였으니 책임을 져야 했다. 둘 중 누구라도 운영을 함께 해야 했다. 남편은 나에게 식당 운영을 제안하였다. 남편은 현재 근무 중인 영농조합법인의 대표님과 대표님의 임기 동안 도와드리기로 약속한 2년의 시간이 남아있고, 자신의 월급으로 가정의 생활비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사실 이렇게 결정이 내려지면, 남편의 일상은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다니던 직장을 그대로 다니며 지금까지도 월급은 생활비로 쓰고 있었는데 이 상황에서 새롭게 문장을 배열한 듯한 착각이 보이도록 말하는 것은 '네가 해라'는 뜻이다. 너무 짧으면 민망해서인지 명분을 덧붙여 재구성한 제안이었다. 

반면, 저 제안을 받아들이면 나는 생활의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농사에 전념할 수 없고, 대학원 복학일정이 또 연기된다. 다가오는 봄에는 늦깎이로 입학하자마자 휴학원을 낸 학교에 복학할 계획이었다. 코로나19로 내가 다닐 학교와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정상 운영되지 않았다. 학부 비전공자인 나는 학부생 수업을 들어야만 수업 내용을 겨우 따라갈까 말까 하는 판에 인강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었다. 또한 등교하지 않는 아이를 돌보아야 했다. 

내가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는 '기왕 하기로 한 것은 잘 하자' 정신이다. 간혹 회의자리에서 어떤 안건에 대해 덮어놓고 의욕적으로 찬성하시는 분들이 있다. 나는 대체로 부정적인 근거들을 제시하며 반대한다. 결국 찬성으로 가결되기 마련이었고 그 결정에 따른 실무를 하는 사람은 부정적으로 반대하던 나인 경우가 많았다.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그럴 때마다 '기왕 하기로 한 것은 잘 하자'정신으로 완주해냈다.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들도 있지만 그 과정이 나에게 흑/백의 역사로 남아 자산이 되었다. 남편의 두드림 프로젝트 또한 알맹이는 빠진 것처럼 '나'는 들어 있지 않고 '남'의 꿈이 가득하여 못내 아쉬웠으나 그가 지금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바라는 주장을 인정하기로 하였다. 무엇을 두드리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판에 동의하였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기꺼이 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꿈을 위한 무대를 자처한 남편과 나는 외부의 주연을 섭외하였고, 약 2개월 뒤 새로운 스테프도 합류하여 창업 스터디, 시장 조사, 오픈 실무 등을 해나가며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식당'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전 04화 막상 꿈을 펼치려니, 꿈이 뭔지 모르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