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북 공모전 결과를 기다리느라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식당으로 출근하기 전, 독서모임 회원들과 약속한 논어 필사를 하면서도 마음은 온통 브런치에 가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참다가 논어 <里仁篇> 7장까지 쓰기를 마친 후, 브런치를 열어보았다.
새로운 작가의 탄생 제9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따뜻한 심사평 아래, 빛나는 수상작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다시 찬찬히 살펴보아도 나는 없었다. 이윽고 나는 앱을 닫고 필사 노트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이게 다 뭐람..
갑자기 혼자서 운영하게 된 식당이었지만, 나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밥을 짓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으로 나름의 직업윤리를 성실히 지켜왔다. 하지만 오늘은 도무지 출근할 기운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올 한 해 연이은 실패 끝에 맞이한 결과라서 더 잔인하게 다가왔나 보다.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보- 나 오늘 하루 쉴게'
그리곤 그대로 앉아있었다.
점심 나절,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바다 보러 갈까?"
우물거리다 그러자고 하였다. 아이 하원 시간까지 5시간 남짓. 그렇게 차에 올랐다.
조수석에 앉아 어디로든 갈 때면 나는 쉼 없이 종알종알 온갖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아무 말 없는 나를 대신해 남편이 말문을 열었다.
"나는 당신 글이 좋아"
나는 눈물이 났다. 남편이 나를 위해 애써주는 마음이 고마워서인지, 연이은 실패에 낙담해서인지, 절대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꿈이 야속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알지도 못한 채 그냥 눈물이 흘렀다.
농사에 지쳤을 때, 남편이 가까스로 건강을 회복했을 때, 편안한 어느 주말 오후를 보내고 싶을 때, 그 어느 때든 우리에게 위로와 고요를 주던 그 바다로 향했다. 멈춤도 물러섬도 없이 모래로 달려드는 파도를 가만히 보았다. 파도의 무수한 반복이 일정한 리듬을 만들었다.
"또 쓰면 되지."
"자꾸 실패하니까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왜 아무것도 아니야. 다 쌓여있지."
"그냥. 내가 꿈이 있는 게 버겁고 좀 고통스러워."
"그렇지... 그게 꿈의 무게겠지."
"내가 꿈에 괴로워하다 미칠까 봐 겁나."
"경계하면서 나가야지."
아이처럼 울었다. 부서지면서도 다시 오는 파도가 미련해 보여서인지 꿈의 무게가 버거워서인지 알 수 없으나 바다에 버겁던 한 해를 내려놓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