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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북리뷰100

그때 나는 내가 되기로 했다

<니체의 인생 강의_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사는 변신의 삶>

by 늦된 사람
니체가 세 단계 변신(낙타, 사자, 어린아이)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21세기는 이제까지 인류가 추구해왔던 가치와 이상이 무의미하다고 폭로된 시기입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의미'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널리 펴져 있습니다.
허무주의가 평범해진 거예요.
우리는 모두 이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허무주의에 대한 사실 인식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니체는 이렇게 허무주의로부터 출발하여 허무주의에 적합한 삶의 양식을 찾는 과정이 우리를 변신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니체가 이야기하는 이 과정은 동시에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니체의 인생 강의_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사는 변신의 삶>, 이진우, 휴머니스트

1. 장면들

#1.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다산북스>에서 진행한 독서모임 도서 지원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이었다.


#2.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다니는 작은 교회의 여신도회에서 코로나로 모임이 어려워 각 가정에서 먹을 수 있도록 치킨 쿠폰을 쏴주신다는 소식이었다.


2. 의미 중독자

내게 2021년은 부지런히 도전하고 실패한 한 해였다. 어쩌면 귀농한 그 시점부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오만한 말이겠으나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그 순간, 내가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갈래의 길은 여러 사람이 걸어 안전하고 잘 가꾸어진 길과 잡풀이 무성해 저 뒤에 무엇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길이었다. 그 시인의 고민과 물음처럼 나도 잠시 고민하고 서성이다 잡풀이 무성한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꽤 질문을 받았다. 왜 귀농했는지, 왜 사표를 냈는지.. 지금처럼 정돈된 언어로 무엇이라 말할 수 없던 그때에는 '그냥요'라고 답했다. 후회하지 않는지라는 질문에는 잡풀 뒤에 또 뭐가 있을지, 수풀을 걷다 보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신 있게 '후회도 합니다'라는 답을 한다. 그러나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너무 멀리 와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뜻밖에도 두 길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길을 걷든, 발밑의 꽃을 발견하지 않고서는 내 앞의 덩굴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지루하고 답답한 삶일 테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의미 중독자다.

별 것 아닌 작은 장면들에서 마음의 움직임-감동을 느낀다. 이 감동의 순간을 흩어버리지 않고 포착하는 것-내게는 글쓰기다.

글쓰기란 얼마나 평등한 예술인지! 가장 손쉽고 값싼 도구들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그저 써 나가다 보면 나를 만나고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드시 확장시켜 세계를 만나도록 이끌어준다.


3. 장면들이 내게 준 기쁨

연속된 실패는 못된 심성을 키우기에 참 좋은 환경이다. 남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 진심으로 배가 아프다. 나는 이렇게 여기에 머물러 있는데, 너는 그렇게 화려하구나... 다행인 것은 못된 심성의 덩굴이 나의 숲을 뒤덮기 전, 삶의 작은 긍정적인 사건들과 미세한 인연에서 받는 응원에 힘을 얻어 덩굴을 잘라낸다.


독서모임의 구성원들에게 책 구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고 시도한다. 또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제안하고 독려하고자 한다. <다산북스> 독서모임 도서 지원에 선정된 것은 나의 기쁨이 되었고, 회원들의 신나는 사건이 되었다. 처음이라 서툴 수 있다는 메일의 내용은 신선했고 따뜻했다.


여신도회에서 치킨을 쏜다는 연락은 그 자체로 신났다. 흥을 넘어 감동으로 이어진 까닭은

'각 집의 치킨 취향이 다를 수 있으니, 어떤 치킨을 가장 좋아하는지 확인하여 해당 쿠폰을 보내주겠다'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는 기프티콘으로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가 어차피 한정되어있다. (프랜차이즈점이 읍에 몇 군데 없다.) 선호를 확인하려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그 와중에 살뜰히 안부를 묻는 총무님께 경이로운 마음까지 들었다!


누구나 일 한다. 집안일에서부터 직장, 여러 모임 등등.

다만 모두가 일에 자신을 담아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에 '자신'을 담아내는 사람을 보면 '감동'이 일어나는 것일 테다.


4. 내 속의 낙타, 사자, 어린아이를 만난다

총무님의 경쾌한 전화는 내게 맡겨진 짐을 묵묵히 그리고 자기만의 예술(자기만의 해석)로 빚어내어 새로운 기쁨을 만든 것이다.

새 해가 코앞이다.

내 삶의 무게를 기꺼이 견뎌내며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어나가길 소망한다.

니체가 평생 동안 철저하게 사유했던 최고의 실존철학적 문제가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은 본래의 자신이 되는가?'
우리는 도대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 끊임없이 성찰하고, 인식하고, 노력하잖아요.
니체는 본래의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한다면,
낙타의 단계(You should),
사자의 단계(I will),
어린아이의 단계(I am)의 세 가지 변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니체의 인생 강의_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사는 변신의 삶>, 이진우,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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