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도 활발한 모습도 진짜 내가 아니다.
활기차고 긍정적인 초울트라 파워 모습을 진짜 내 모습이라 착각해서 무기력에 빠진 내가 처량하게 보일 때가 있다.
비 맞으며 걸어 다니는 게 이상하게 보이는 것처럼 무기력한 내가 진짜 내가 아닌 느낌. 뽀송뽀송한 옷에 쾌적한 신발을 신는 게 보통의 날인 것처럼 목표를 떠올리며 즐거운 내가 진짜 나인 느낌.
사실 둘 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니다. 그저 우리는 아궁이를 가지고 태어날 뿐.
즐겁고 충만하고 자신감 있는 건 아궁이에 불이 매우 큰 상태. 점점 일상이 익숙해지고 지루해지는 건 불이 작아진 상태. 힘이 없어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못하고 추워도 이불을 덮지 못하는 건 불이 꺼진 상태.
아궁이에 불이 있다면 요리를 하면 되고, 불이 사라져 간다면 작은 장작들을 넣어주면 되고, 불이 꺼진다면 잠시 쉬면 되는 거였다.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서서히 불이 희미해지고 꺼져 버려도 괜찮은 거였다. 우리는 아궁이를 가지고 태어나니까. 다시 불 붙이면 되고 장작 틈틈이 넣으면 되니까.
진짜 나의 모습은 초긍정적인 모습도 무기력한 모습도 아니다. 아궁이를 가지고 있는 것. 그게 나의 진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