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0일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게 왜 나를 위한 거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 왜 남들에게 친절해야 하는지. 그런 글도 봤다.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을 오히려 치켜세워줬다고. 도대체 왜?
그러다 고객님께 하루 종일 친절히 대한 날이 있었다. 친구들과 2박 3일 동안 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 건지 문의하는 고객님이 다들 어린아이처럼 귀여워 보였다. 그래서 내가 유치원 선생님이 된 듯, 그들을 대했다.
필요한 거 있으세요~? 이거 찾으시나요~? 이건 어떠세요~?
예전이라면 특수문자 없이 글자만 나열된 말만 했었을 내가 특수문자를 넣어 문장을 꾸몄더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게 오는 진상손님이 거의 없어졌다. 나와 함께 웃는 고객님들이 많아졌다. 내가 기분이 좋아졌다.
한 번은 고객님께서 책을 찾아달라 하셨는데, 도저히 내 눈에 보이지가 않았다. 심지어 영어책이라 토익 500점대인 내 눈엔 더 안 보였다. 까막눈으로 고객님께서 적어주신 책 제목과 책꽂이에 있는 책등의 알파벳을 대조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빨리 찾아드려야 한다는 생각, 더 늦어지면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에 눈이 새카매질 무렵, 고객님께서 “찾았다!” 하고 외치셨다.
고객님께서도 옆에서 알파벳의 향연인 책 등을 살펴보고 계셨던 것이다. 예전이라면 직원인 내가 도움을 못 드렸다는 생각에 민망하고 뻘쭘해서 “아, 찾으셨네요. 살펴보세요.” 이 말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는 “와! 저보다 더 잘 찾으시네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랬더니 고객님께서도 웃으시면서 “감사합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남들에게 친절히 대하면 내가 기분이 좋다. 아니, 친절히 대하기 위한 말투와 태도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기분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