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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미 Sep 26. 2022

무기력해도 나를 좋아하는 방법

의미 있는 방향을 가지는 방법

나는 무기력함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무기력이란 온몸이 무거워져 중력에 한 없이 휩쓸리는 느낌과 같다. 스마트폰을 하며 누워있지만 즐겁지 않고 그 행동들을 하면 할수록 우울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결국엔 답을 낼 수 없는 질문들을 하는데에 나의 에너지를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왜 살고 있는 거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질문들일을 할 때, 밥을 먹을 때, 잠 자기 전 이불을 덮을 때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것이다. 초반엔 내 인생이 더 나아지기 위한 진지한 고민인 줄 알았는데 그렇다기엔 너무 자주 하고 깊게 했다. 그건은 결국 오늘의 결심 내일의 허상이 되어버리고 그 허상은 날 가벼운 미소조차 어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날이 반복되는 것은 점점 하루를 힘겹게 겨우 살아가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노력해보기도 했고 괜찮아지는 날들도 있었지만, 무기력이 다시 찾아오면 속수무책으로 그 회오리에 휩쓸려버렸다. 분명 힘찬 하루들도 있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방법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에도 지금까지 나의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있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무기력해도 나를 좋아하는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 있는지 확실히 아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나에게 삶의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내가 이것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고, 이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다시 한번 도전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는 나만의 길을 스케치한다. 그 스케치한 것 위로 나는 살아가면서 진한 선을 그리고 좋아하는 색을 칠하며 길을 완성해가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알면 의미가 자연스레 생기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의미에 먼저 집착하는 사람이다. 사실 그런 줄 몰랐는데, 이번에 첫 취직을 하면서 내가 삶의 의미 알고 있어야 즐거워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문제는 의미에만 몰두하면 방황을 한다. 의미라는 빈칸을 채워줄 재료가 없으면 끝없는 무의미한 질문만을 하게 된다. 나는 인생을 왜 사는 걸까? 하는 질문에 답을 할 재료가 없으면 나는 인생을 사는 이유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회사를 왜 다니는 걸까? 하는 질문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첫 회사를 다니며 그러한 텅 빈 챗바퀴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사를 다니는 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아무리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천적인 생각을 해도 나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내가 괴로운데 미래를 생각하는 게 무슨 소용이랴.


나는 지금 내가 살아가고 무언가를 하는 이유가 매우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내게 큰 의미를 가져다주지 않고 괴롭다면 그것은 매우 스트레스가 되었다. 대학생 때 괴로웠던 수업이 있었는데 그때 특히 압박감을 너무 느껴 한 달 정도를 매일 울었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씻으면서, 물을 마시면서도 엉엉하고 소리를 내며 울다가 나의 감정을 스스로 다스리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내가 울음을 멈출 수 없었고 나쁜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교내 심리상담소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자살방지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의 어렸을 적 환경,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지금 나를 괴롭히는 생각은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 하루는 나는 왜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일기장에도 부정적인 결론이 나있는 삶에 대한 물음표가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뭐가 있는지 전부 써 내려갔다. 샤워하면서 생각 정리하기, 고양이 냐옹 소리 듣기, 일기장에 쓰여 있는 예쁜 내 글씨 보기 등 진지하게 고민했고 매우 세세하게 썼다. 쓰면 쓸수록 나의 신경들이 온통 좋아하는 것들에 쏠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그대로 전해졌다. 설렘, 기쁨, 즐거움, 흐뭇함. 과거의 기억임에도 감정은 현재로 잘 전달되었고 그것들은 나의 무기력한 빈 공간을 점점 채워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상담하는 날 선생님은 마스크를 써서 눈만 보이는 나를 보시곤 말하셨다. 오늘은 뭔가 달라 보여요. 그때 나는 좋아하는 것의 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런 느낌은 기차역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대학을 진학하면서 주말 6시간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지금처럼 일하는 걸 무척 싫어해서 30분을 걸어야 하는 출근길이 제일 힘들었다. 일단 오후 2시까지였던 그 출근시간대에는 주말에 놀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나는 기차역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나의 노동은 놀러 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출근하면서 지나가는 길에는 공연도 열렸다. 큰 카페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으며 기차역에 도착하는 사람들을 태우기 위한 택시 줄이 길었다.


출근하는 길이 힘들었던 이유로 남들 다 놀 때 일하러 가는 서글픔도 있었지만 안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도 있었다. 나는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 나에게 뭐라 할 사람이 없어 매우 자유로웠다. 씻고 알몸으로 나와도 되고 비염이 있어 코를 풀고 휴지를 휴지통 근처에 대충 휙 던져놔도 됐다. 그래서 나의 멋대로 편하게 쉴 수 있는 침대라는 틀에서 내가 예상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밖으로 나가는 건 큰 스트레스였다.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울리는 알람부터 나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다. 나의 손으로 밥을 만든 이유가 고작 일하기 위한 에너지를 보충시키는 거라는 게 서러웠다. 예쁜 옷들을 자연스럽게 지나쳐서 가장 편한 티셔츠와 바지를 입는 게 재미없었다. 그러한 행동들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들을 출근하는 30분 동안 질질 끌고 갔기에, 그 30분 동안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나 같지 않은지 생각하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시간은 나에게 의미가 없는 일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 편한 것을 아무것도 못하는 곳으로 가는 건 쓸데없는 행동, 즉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땐 더욱더 무기력증에 잘 빠졌다. 나는 일을 가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해서 바빴음에도 그 어느 것도 에너지를 움직일 방향키를 잡지 못했다.


그런 내가 출근을 재밌게 하게 된 방법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내가 노래하는 것을 녹음한 파일을 듣는 것이었다. 나는 노래 부르는 나의 목소리를 꽤나 좋아했다. 나름대로 곡 해석을 해서 부르기도 하고 쫀득하게 랩을 하기도 하는데, 각 부분마다 감정을 어떻게 넣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세세하게 기억이 났다. 이 노래는 나의 인생을 한탄하면서 부른다고 울컥했지, 이 노래는 버스킹 하는 상상을 한다고 다리를 꼬면서 불렀었는데. 하고 이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했던 당시에는 '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내가 그 멤버가 된 것처럼 불렀던 것들도 떠올랐다. 가끔가다 삑사리가 나거나 신나서 소리 지르는 부분들도 나오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출근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법 덕분에 출근하는 길에 나의 발걸음은 리듬을 타면서 즐거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때 무기력이라는 빈 공간에 긍정적인 표지판이 생기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대학교 김경일 심리학 교수님은 무기력에 대해서 에너지를 쓸 방향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셨다. 에너지가 많은데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향성은 의미가 만든다고 하셨다. 이때 나의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가슴에 품고 있을 때 수월하게 의미가 생김을 알게 되었다. 나에겐 나쁜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 게 있구나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가득 차기 때문에 의미도 쉽게 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힘들 때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처음엔 어색해서 "고양이, 소고기"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쓰다 보면 좋아하는 것에 몰입되어 점점 세밀하게 쓰게 된다. 새벽에 일어나 푸르스름한 바깥을 보는 것, 내가 부른 노래를 듣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각자에겐 각자만의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것은 나를 지탱해주는 충만한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 나의 안에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세상은 내게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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