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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Apr 12. 2024

마음을 따르는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조급함의 굴레에 갇혀 살다 죽는 건 너무 서글픈데?

퇴사를 하고
현실과 타협한 것을 최선의 결정이라 합리화하며 마음의 방향을 회피하는 것을
경계하기로 했다.
분명 그랬는데,,,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방향을 자신이 처한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하고 결정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그 인생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며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의 나는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물론 인생에 정답은 어디 있겠냐만, 적어도 난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잘 알고 추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삶을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참 닮고 싶다.


대학시절부터 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왔다.

학기 때 아침 일찍 듣는 수업을 시작으로 봉사활동과 동아리 임원 활동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렇게 밤늦게 집에 오고 새벽에 학교를 가는 쳇바퀴 일상을 보냈다. 주말만을 바라보면서.

방학 땐 여유시간을 잉여시간이라 느껴 대외활동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늘리는 등 방학도 알차게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적인 시간을 보냈던 거 같다.


여태껏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와서 했다기보단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조급함,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허비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한 바쁨의 중독 상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부지런하게 살고 있단 자부심을 느껴야 나를 사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이런 삶에 현타가 세게 왔었다.

바쁜 쳇바퀴 안에서 빈 껍데기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것이 삶이라면 너무 고통스러운데?

내가 대학교 졸업하고 첫 직장을 취업하기 전에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면서였던 것 같다. 서울보단 한 템포 느리게 흘러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일상의 여유를 소중히 여기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 인생을 통틀어 제주도 한 달 살기 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닮고 싶은 구석이 있는 결이 비슷한 친구랑의 깊은 사색의 시간과 대화들은 제주의 풍경과 어울려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어쩌면 처음으로 나를 돌본다는 느낌, 나에게 선물을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추억이다.


아, 나는 바쁜 것들을 해내는 ‘나’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어도,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몸과 마음은 돌보진 못했구나.
마음을 무시해 왔던 건 나였어.


그 시간들 덕분에 ‘언젠가 제주에서 살 거야.’ 란 꿈이 생겼다. 그렇게 마음이 울적할 땐 제주가 생각나게 되어버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지만 사람의 관성은 정말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난 바쁨의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음을 챙기기보단 감정을 흘려보낸답시고 회피하면서 주어진 일을 처리하라고 채찍질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바쁨의 중독에서 벗어나야지. 현실과 타협한 결정이 아닌 마음을 따라간 방향으로 나아가야지라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명확한 방법을 모르겠다.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기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언젠가 용기를 내지 못하는 자신에게 ‘용기를 내보면 되지, 왜 망설이고 있는 거야?’ 라며 탓하고 있더라.

이젠 마음이 동하는 방향도 뭔지 모르겠다.

조급함의 굴레를 또 다시 돌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엉엉 울어버렸다.

나 영영 이렇게 굴레만 돌다가 죽는 거 아닐까. 그렇담 너무 서글플 것 같은데.


그래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현명하게 용기를 낼 줄 아는 친구를 찾았다.

참 나와 결이 맞는 친구다. 서로를 잘 알다보니 생각이 많아지면 다정하고 투박하게 완충제 역할을 해주는 친구. 이도저도 못한 채 엉엉 우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눈시울을 붉히지만 투박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결정도 에너지가 남아있어야 내릴 수 있더라. 야 넌 좀 쉬어야 해. 이 참에 다 내려놓고 푹 쉬어.

일단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며 현재만 생각하자. 어쩌할 도리가 없을 땐 많은 생각하지 말고 순리에 맡겨보는 거야. “


그래.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순리를 따라가 보자.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일단 내버려두어보기로 했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라고 매사에 의미를 갈망하게 되겠지만 일단 순리에 맞게 살아보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일 것이다.

흘러가지는 대로 흘러가다 보면 먼 훗날 그 시절엔 이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되고, 인생의 순리였음을 받아들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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