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 <긴긴밤>을 읽고
나른한 봄날,
새 학년, 새 학기는 언제나 낯설고 불안하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아이들과 낯설고 불안한 교실에서 잔뜩 마음을 웅크린 채
나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보면 하교시간만을 기다리게 된다.
드디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워야 할 텐데,
내일 또 이 낯섦을 견디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방은 무겁게 어깨를 누르고,
발걸음은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단 것처럼 무겁다.
봄볕인데도 마치 여름 볕처럼 따갑게 머리를 내리쬐어 머리가 뜨겁고 어지럽다.
“엄마!”
집에 와 방문을 열며 엄마를 불렀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집이 괜히 짜증 나고, 화도 나고, 우울하여 가방을 쪽마루 한쪽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는다.
‘털썩’
방문을 등지고 쪽마루에 걸터앉아 멍하니 마당을 바라보다 머리도 어지럽고 배도 고픈 듯하고 기운이 없어 쪽마루에 앉은 채로 열려있는 방에 눕는다.
신발을 벗지도 않고 몸만 방에 누운 채 눈을 감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그런지, 봄을 견디느라 그런지 살짝 오른 열로 차가운 방바닥이 시원하다.
놀이동산 회전열차는 나에겐 두려움이다.
커다란 톱니바퀴처럼 생긴 기구에 대롱대롱 매달린 원통 안에서 어지러움에 밖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어서 이 놀이기구가 다 돌아가서 지상에 발을 디디고 싶다는 생각만을 할 뿐이다.
곧 쓰러질 듯 어지럽고, 귀는 윙윙거리고, 속은 메스껍다.
밖을 쳐다보지 않으려 눈을 꼭 감으면 머릿속이 달팽이 미로처럼 뱅글뱅글 돌아간다.
드디어 놀이기구가 다 돌아가고 놀이기구에서 내려 어지러운 몸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가족을 찾는다.
반대편에 가족들을 발견하고 그리로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갑자기 땅이 솟구쳐 오른다.
너무 놀라 뒷걸음치니 땅이 ‘쩌저적’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
가족들 쪽으로 가야 하는데 땅이 갈라져 그쪽으로 갈 수가 없다.
가족들은 이런 상황을 모르는지 나를 찾지 않는다.
가족들이 나를 두고 가버릴 것만 같고, 땅이 완전히 갈라져 영영 가족들과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엄마’를 소리쳐 불러보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땅은 계속 갈라지고 사람들이 우왕좌왕 도망치는데 가족들은 보이지 않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감에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왜 여기서 자고 있니?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방에 들어가서 누워”
나를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부스스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는데 여전히 머리는 어지럽다.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있지?’
“너 어디 아프니?” 엄마가 내 이마를 짚더니,
“열이 있나? 들어가서 눕자”하는데,
아까 겪었던 일이 진짜인지, 지금이 진짜인지, 어느 것이 꿈인지 몰라 멍하다.
방으로 들어가는데 아직도 등으로 내리쬐는 봄볕이 따끈하다.
지금도 가끔 그 꿈이 생각날 때가 있다.
낯섦에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면서 그때 그 꿈이 떠오르면
그때의 그 느낌도 같이 떠올라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렇게 나의 기억 속 어느 날의 짧은 낮은, 두려움과 불안감을 주는 긴 긴 낮으로 남아있다.
<긴긴밤>을 읽은 후 자유 주제, 자유 형식의 글을 쓰기로 하였다.
책의 내용 및 주제와 상관없는 글을 쓰고 싶었다.
제목을 패러디하여 일단 글의 제목부터 생각하고,
글의 내용은 제목과 어울릴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떠오른 나의 경험을 글로 적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