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색>
기억에 색을 입힌다면 나의 기억들은 어떤 색이 어울릴지 궁금했다.
우선 연령대 별로 어울리는, 떠오르는 색을 입혀 보았다.
유.아동기는 노랑 (따뜻한)
청소년기는 푸르스름한 회색 (질풍노도의 불안한)
20대는 빨강 (열정 가득)
30대는 형광 주황 (혼란스러운)
40대는 초록 (안정적인)
50대는 보라 (나 자신에게 집중한)
60대 이후는 검정
(아직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이 없으니 모든 색이 합쳐져 있는)
단편적 기억을 떠 올리고 색을 생각해 보거나,
색을 정하고 그 색에 어울리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파랑과 초록 : 한강에서 수영하던 어릴 적 기억
파랑 : 급체로 아파서 새벽에 아버지 등에 업혀 약국에 갔던 기억
분홍 : 큰아이 초등학교 입학하던 기억
노랑 : 할머니가 사 주신 노란 티 입고 버스정거장에서 나를 기다리던 작은아이
하양 : 결혼생활을 지속해야 하나 고민했던 겨울의 어느 날
노랑과 연갈색 : 늦여름 해 질 녘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강가 수풀을 걸어갔던 기억
네이비 : 붕붕카 타고 신발을 갈며 쌩쌩 달여오던 꼬맹이 아들
회색과 검정 : 언니가 아파 불안했던 날들의 기억
분홍과 노랑 : 아버지 자전거 뒤꽁무니에 타고 가다 보았던 꽃과 자전거 안장에 눌려 구겨진 슬리퍼
초록 : 광나루 버드나무숲에서 놀던 기억
기억하다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기억은 색이 잘 입혀지지 않았고, 아주 먼 기억들만이 색이 잘 입혀졌다. 먼 기억은 단편 단편으로 기억되어 색이 잘 입혀지고, 가까운 날들의 기억은 아직 너무나 방대한 양이라 하나의 색으로 입혀지는 게 쉽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좋아하는 색에 맞는 기억을 억지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보라색! 요즘 내가 갖고 싶은 색!
아직 검은색을 입히기까지 한~~ 참 남았으니, 황홀한 느낌을 주는 보라색 기억을 만들어야겠다.
어쩌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보라색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