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되다>

by 채기늘

< 소 문 >


입의 문을 열고 나온

작은 말들,

섞고 싶은 소리들을 섞어

귀의 문을 연다.

섞이고 섞여

커져버린 말들,

큰 문을 열고 싶어

눈을 가린 귀를 찾는다.


하야시 기린 < 그 소문 들었어?> 읽은 후 느낌을 짧은 시로 표현해 보았다.

'소문'은 어떠한 현상, 모양 등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타자에 의해 '있어지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이 여러 문을 통과하며 '있는 것'으로 변하게 되는 현상(?)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것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그런 일이 '있어?' 하며 짐짓 놀라워하며 호기심을 갖게 된다. 타인은 모르는, 나만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작은 희열도 느끼며 소문을 서로 공유한다. 나는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자만으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을 '예방'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대며 '너만 알고 있어'라며 퍼트렸던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뒤늦게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어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 하며 스스로를 변명하며 말이다.


요즘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소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현상들이 수많은 경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어떠한 기준으로 사실과 소문을 나눌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그 소문 들었어?'라고 말한다면, 대번에 '무슨 소문?'이라 반응할 것이다.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도 매우 바쁜 사람이거나 '소문'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문나지 않게 조심해야 되는 세상이 온 걸까?

소문내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소문이 나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길 바라는 나는,

저 책을 읽고 난 후 '하찮은' '있지 않은' 것들이 '중대한' '있는' 것이 되는 과정을 읽으며,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그냥 '소문일 뿐'이니 '의연'해야 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쟤 브런치 한다며?'라는 소문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좀 뻐겨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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