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는 버스 정류장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낡은 버스 정류장.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행인.
그 버스 정류장은 햇빛이 뜨거울 적에는 행인을 위해 그늘을 덮어주고,
비가 올 적에는 행인을 위해 우산이 되어준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들여주고,
겨울에는 날카로운 바람을 막아준다.
한참동안 오지 않았던 버스는 어느새 먼발치 보이기 시작하고,
행인은 그가 앉았던 자리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버스에 올라타서 떠난다.
버스 뒷자리 창문 너머로
홀연히 남아있는 낡은 버스 정류장이 멀어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