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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별 Nov 26. 2023

직장 내 헤어짐. 남자 친구와 헤어지는 것과 같다.

"최 대리는 우리 팀과 맞지 않은 거 같아. 고민을 많이 해보았는데 다른 팀으로 이동하는 게 좋겠어."


수척한 얼굴로 그 팀장이 말했다. 심경이 복잡한지 그 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나와 허물없이 의견을 나눠보고자 하는 듯했다.


인사팀에 이야기했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얼굴을 끄덕였다. 단호한 목소리였지만 얼굴은 심란해 보였다.


 "최대리에게는 어떻게 말할 거야? 말을 직접 할 거야?" 나의 물음에


"말해야지. 최대한 솔직하게. 업무 스타일이 이 직무와 맞지 않는다고, 팀에서 기대하는 바와 성과의 차이가 크다고. 말해야지. 그런데 인사팀에서 물어보더라고. 문제가 뭐냐고, 거기에도 솔직하게 말했어"


"그런데 얼굴은 왜 이리 심란해?"


"인사팀과 이야기하고 나오는데 그제야 심장이 쿵쿵 뛰는 거야. 나도 사실은 긴장했나 봐. 양날의 검과 같아서 이런 말을 하는 나에게도 좋을 게 없을 수 있다는 생각과 그래도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같이 들면서 고민이 좀 길었어."


그렇다.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 보통 인사팀이나 윗 직급은 두 가지를  함께 검증하고자 하려 하기 때문이다. 정말 다른 사람이 문제인가, 말하는 그 사람 문제인가, 또는 그 둘 모두 문제인가를.


하지만 팀원과의 헤어짐을 담백하게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이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다른 팀원들에게는 바뀐 인사제도를 반영했다고 해야지."라고 했다.


당사자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이유를 말하고 주변에는 명분을 만들어 쓸데없는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원만한 헤어짐의 핵심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둘은 헤어짐을 조용히 준비했고 헤어졌다.


어쩌면 사람 간의 헤어짐은 직장에서든 사적이든 참 비슷하다.


못내 어딘가 아쉽지만 그래도 서로 끝을 안 보고 잘 헤어지는 게 모두에게 피해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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